[더 한장] 유럽 휩쓴 트랙터 시위... 친환경 정책 후퇴하나
스페인 농민들이 2024년 2월 6일(현지시각) 스페인 북동부 몰레루사 인근에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고속도로를 막은 후 불을 지르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농부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와 도로를 봉쇄하며 본격화된 농민 시위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로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프랑스 농부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와 도로를 봉쇄하며 본격화된 농민 시위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로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농민시위가 시작된 프랑스에서는 최근 정부의 당근정책으로 과격한 시위는 줄어들었지만 벨기에, 독일 등 서유럽부터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 남부의 이탈리아와 그리스 농부들까지 트랙터를 몰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농민시위는 지난달 18일 프랑스 최남부 레지옹 옥시타니에서 첫 도로봉쇄로 시작됐다. 프랑스 농부들은 오트가론을 관통해 툴루즈와 스페인을 잇는 고속도로를 트랙터로 막고 짚더미에 불을 지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주요 농민단체들도 총동원령을 내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시위가 격화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농민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작비 급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까지 시장에 유입되면서 생존 한계에 직면했다고 호소해 왔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각종 환경규제와 불공정한 유통구조에 따른 농가부채 증가 등이 유럽의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면세경유 종료 철회방침, 각종 신고·허가 등의 규제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친농민 정책으로 선회해 농민 달래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휴경지를 4% 유지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동농업정책을 수정하고 관세가 면제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등 불공정 경쟁 농산물의 수입 제한 등을 유럽연합(EU)에 요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메르코수르(남미 4개국) 자유무역협정(FTA)이 유럽 생산자들에게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까지 표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농민들의 기세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그리스,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등 거의 모든 유럽연합 국가들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농민들이 유럽의 주요 교역 관문인 제브뤼헤 항구의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벌인 데 이어 EU 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 EU 본부 인근까지 트랙터를 몰고 진출하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는 6일 발표한 2040년 기후 중간목표 관련 통신문에서 2040년까지 EU 전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농업 부문에서만 예외를 뒀다.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 50% 감축을 골자로 한 ‘지속 가능한 살충제 사용 규제’(SUR)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국가들보다 엄격한 친환경 규제정책을 자랑하던 유럽연합(EU)이 기존의 방침에서 후퇴하기는 했지만 농민들은 당국이 제시한 조치가 농민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당장 타개하기에 크게 미흡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현재로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확산일로의 농민시위 사태가 쉽사리 진정될지는 미지수이다.
수 천 명의 독일 농민들이 2024년 2월 3일(현지시각) 농업용 디젤에 대한 세금 감면을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트랙터를 몰고나와 프랑크푸르트 공항 고속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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