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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유영국 작품관

유영국(劉永國 : 1916~2002) : Work oil on canvas 52.6☓65.0cm (15) 1977

by 주해 2022. 12. 27.

2022.10.12

 

 

“ … ‘자연을 바탕으로 하여 순수한 추상적인 상태를 형상화한다.’ 자연에서의 영감을 배제하지는 않으나 자연을 재현한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하게 해주고 있다. 태양을 환기한다거나 산을 연상하는 것은 보는 이들의 자유로운 접근이지만 작가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종래에 남는 것은 절대한 추상의 형상일 뿐이란 것이다. 이후 70년대로 이어지면서 화면에는 두꺼운 마티에르가 없어지고 대신 나이프로 밀착시킨 평면이 등장한다. 삼각과 사각 또는 이 형태들이 겹쳐지면서 변화를 일으킨다.

구성은 더욱 평면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형태는 많은 변주를 시도해 보인다. …” - 오광수「추상적 형상과 색면의 구성: 유영국의 작품 세계」, 『유영국』(마로니에북스, 2012), pp.33-34.한국 근대미술에서 추상회화 도입의 선구적 역할을 한 유영국은 1935년부터 동경 문화학원에서 일본에 수용된 서구 미술을 습득했다. 초기 작품에서는 서양 모더니즘에 영향을 받아 러시아 구축 주의와 신조형주의에서 나타나는 유기적인 조형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전쟁 및 해방으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 1949년에 그려진 작품에서 괄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나는데, 바로 일본 유학 시절에 보였던 순수한 추상 속에 자연이나 도시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조형 요소들이 편입된 것이다. 이는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고향 울진의 생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1953년에 있었던 ‘제 3회 신사실파’의 출품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유영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는 이전의 작업에서 보였던 분명한 구획이 사라지고 과감한 붓질, 강렬한 색감이 등장한다. 화면을 이끌어가던 검은 윤곽선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나이프에 의해 만들어진 비정형의 색면과 선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형상의 배제, 마티에르의 강조, 빠른 필치, 커다란 캔버스 등의 특징은 당대 국내 화단에서 유행하던 ‘앵포르멜’에 영향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출품작이 제작된 1977년은 서정적 기하 추상에 해당하는 시기로 뚜렷한 윤곽선 없이 직선과 곡선, 삼각형과 같은 조형 요소들로 산의 모습이 그려졌다. 화면 하단에 비교적 곧은 선으로 묘사된 녹색의 산과 배경에 크게 자리한 완만한 곡선의 붉은 산은 색감적 대비를 이룬다. 주조색으로 사용된 붉은색을 제외한 우측 하단엔 비교적 높은 채도의 주황색이 칠해져 시선을 끌고 배경엔 낮은 채도의 연보라색과 옅은 황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중앙과 우측 상단에서 산맥이 이어지는 듯한 형태는 곡선으로 이어지며 서로 중첩돼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화면 중앙에 자리한 세 개의 면은 미묘하게 톤을 달리 칠해 작품의 주조색인 붉은색 안에서도 다양한 색을 표현했다.

상단에 그려진 흰색의 작은 삼각형 형상들은 날카로우면서 세밀하게 묘사돼 화면에 조형성을 더한다. 출품작이 제작된 시기부터 더욱 관조적인 태도로 추상적 표현이 도드라지는데 유기적인 곡선의 면들로 묘사된 자연은 순수 형상으로 환원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것이다’ 라던 작가의 말처럼 삼각형으로 상징되는 산은 묘사해야 하는 대상이라기보다 작가의 주관을 표현하는 관념의 표상에 가깝다. 유영국은 형태와 색채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내면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본인만의 독창적인 자연 추상회화를 구축했다.

 

20221025  :  S  : 추정가   KRW 200,000,000 ~ 400,000,000 

                             HP  : 48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