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9 22:25:14
LITERATURE
『천경자 1주기 추모전 :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서울시립미술관, 2016), pp.96-97.
EXHIBITED
서울미술관(서울), 《미인 美人 : 아름다운 사람》: 2015.10.23-2016.3.20.서울시립미술관(서울), 《천경자 1주기 추모전 :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2016.6.14-8.7.서울미술관(서울), 《불후의 명작 : The Masterpiece》: 2017.12.8-2018.4.8.
작품설명
1969년 처음 시작된 천경자의 해외여행은 그녀의 작품 소재를 다양하게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현실의 괴로움을 잊으며 내면의 이상향을 쫓았고 그녀에게 여행은 작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타국에서 얻은 소재들은 작업의 원동력이 돼 4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까지 28년 동안 12차례의 해외여행 스케치 기행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프리카 여행을 결심했는데, 그 이유는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환경과 소재들이 새로운 작품 제작에 자극이 되고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외 스케치 여행을 통해 느낀 낯설지만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들은 그녀의 회화 양식과 어우러져 이상적인 화면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국적인 원시 자연 풍경과 소재를 화면에 그려 넣었으며 이전 시기 작업보다 천경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이 보다 명확한 세계로 구체화되고 뚜렷한 형상을 얻게 된 것이다.
1978년에 제작된 출품작은 1974년 아프리카의 여행에서의 거대한 자연과 태초의 낙원에서 그대로 뛰노는 야생 동물과 새들을 직접 목격하고 느꼈던 감동이 작품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 이후 그곳의 풍경을 남긴 작품으로는 작은 크기의 삽화 작품들이 많은데 이번 출품작은 대형 크기의 회화 작품으로 그 희소성을 더한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또 다른 대형 크기 풍경 회화로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초원(1978)> 작품이 있다. 출품작은 녹색빛이 도는 황색 배경이 주조색을 이루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생동하는 열대지방의 원시적인 생명력을 부각시킨다.
암채를 여러 차례 칠하는 과정에서 누적되고 밑으로부터 은은히 비쳐 오르는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통해 화면의 입체감을 만들고 있는 데, 이러한 특징은 하단 풀의 표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또한 강조하고자 하는 대상에는 배경과 대비되는 색감을 배치해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긴장감을 화면에 형성하고 있다. 푸른 물줄기 위로는 보랏빛이 감도는 두 마리의 코끼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그 주위로는 다양한 야생 동물, 꽃과 나무들이 그려져 있는데, 암사자와 수사자는 수풀에 숨어 한곳을 응시하고 있고 소와 표범, 그리고 뒤 편에 얼룩말과 날아가는 새의 모습도 보인다.
여러 동물과 나무, 꽃들이 한 데 모여있는 장면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현실적이기보다는 이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가운데 있는 코끼리 위로는 가늘고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여인이 나체로 누워있는데,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파묻은 채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에 서는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듯한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진다. 천경자는 자신의 이상적인 예술 세계를 펼치기 위해 자의식이 반영된 회화를 구축했고 다양한 해외여행을 통해 몽환적이고 낯선 풍경을 자신의 초월적 이상향의 세계로 표현했다. 이러한 회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여성으로서 개인의 삶에 잠재된 슬픔의 정서가 담겨있다.
2018.9
2022.6 :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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