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王都’의 슬픔 지켜본 석탑, 봉황 내려앉은 대향로에 백제의 香 다시 피었네
폐허가 된 절터에 1400여 년 동안 역사의 증인처럼 자리를 지켜온 정림사지오층석탑은 부여 역사 탐방의 꼭짓점으로 삼을 만하다. 탑을 중심으로 백제 유적과 유물이 모여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흔히 백제의 건축과 공예를 두고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고 표현하는데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극상의 화려함에 가까웠을 것이고, 백제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가장 세련되고 앞서가는 건축과 공예 기술을 가진 나라였을 겁니다. ‘백제금동대향로’로 대표되는 백제의 유물과 그 영향을 받은 일본의 아스카 문화만 봐도 알 수 있죠.”
지난달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북카라반)를 펴낸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말.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부여는 ‘잃어버린 왕국’으로 불리지만, 백제가 새로운 부흥을 꿈꾼 곳이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사비 시대의 흔적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겨울방학을 활용해 아이들과 역사 탐방하기 좋은 시기, 백제의 미소가 곳곳에 스며있는 천년 고도 부여를 걷고 또 걸었다.
◇1400년 역사의 증인 ‘정림사지’
홍경수 교수는 “부여에 갈 때마다 정림사지오층석탑부터 만난다”고 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서 절과 궁궐 등 모두 폐허가 된 곳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물이지요. 1400여 년을 견뎌온 ‘역사의 증인’ 같은 느낌이랄까요. 탑이 지닌 완벽한 균형미와 조형미를 마주하면 저절로 ‘탑멍’에 빠져들곤 합니다.”
정림사지는 백제 사비도읍기(538~660)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사찰 터. 연잎이 그대로 박제된 듯 얼어버린 연못을 지나면 8.33m의 국보 정림사지오층석탑이 맞는다. 날렵하고 세련된 기품이 느껴지는 화강암 석탑은 백제의 조형미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 중 하나. 낮은 기단에 다섯 개의 탑신이 얹힌 탑은 돌들이 마치 짜맞춤한 듯 가지런하다. 1층의 탑신을 자세히 보면 사비성을 침략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승전기공문을 새긴 글자가 남아있다. 홍 교수는 “석양이 질 때쯤 탑과 마주하면 탑에 난 상흔들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면서 낮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2021년 재개관한 '정림사지박물관'의 '인피니티룸'은 출토된 유물과 관련 자료들을 특색있게 전시해두었다. 벽면 반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한 전시 유물들이 '백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소곤대는 것 같다. 라이팅쇼와 앱을 통한 유물 수집 등 체험형 전시도 기다린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아름다운 사계가 매핑 영상으로 펼쳐지는 정림사지를 재현한 모형.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림사지박물관은 정림사지오층석탑의 비밀과 터로만 존재하는 정림사지의 퍼즐을 맞춰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1전시실 ‘정림사지관’의 시작은 ‘역사를 바꾼 기와 한 장’이다. ‘정림사’의 존재감을 알렸던 기와의 문구가 선명하다. 정림사지는 폐허로 변해 흔적만 남아있다가 일제강점기인 1942년 발굴 조사 과정에서 이 기와 한 장이 출토되면서 제 이름을 찾아 ‘정림사지’로 불리게 됐다.
‘정림사지 인피니티 룸’도 볼만하다. 벽면 반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 진열장이 무한으로 펼쳐지는 듯 연출해놓았다. 정림사지 모형 위로 아름다운 사계가 펼쳐지는 매핑 영상도 재미있다. 풍등이 날아오르는 정림사의 밤 풍경부터 스님이 마당의 낙엽을 쓸어 담는 가을, 눈덩이 굴리는 겨울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흐른다.
◇부여의 자부심 ‘백제금동대향로’
이제 부여의 간판스타인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나러 갈 시간. 백제의 미학적 수식을 한순간에 바꿔놓는 대표 유물로 부여 읍내 곳곳에 조형물, 거리 장식으로 먼저 만난다. 정림사지에서 500m 거리에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를 ‘영접’할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이 있다. 제2전시실 안쪽 조도가 낮은 공간 한가운데 발굴 후 단 한 번도 해외 전시가 허락되지 않은 진귀한 향로가 고아한 자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힘차게 용틀임하며 날아오르는 용 받침대로 시작해 연꽃잎으로 형상화한 몸체, 74개 산봉우리로 표현한 뚜껑을 거쳐 턱밑에 여의주를 품은 봉황까지, 계곡과 동식물을 비롯해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 등 향로에 새긴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제3전시실에는 또 다른 국보이자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금동관음보살입상’이 기다린다.
해외 전시가 허락되지 않은 진귀한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 74개의 산봉우리와 연꽃잎에 백제인의 이상향을 담아낸 향로는 망국의 유물로 오랫동안 진흙 속에 잠들어 있다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 박근희 기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 시 정각 상설전시관 로비에서 미디어아트로 상영하는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문양전’도 놓쳐선 안 된다. 유리 천장에 덮개가 드리우며 로비 전체가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금동대향로 속에 표현된 조각들이 하나하나 꿈틀대며 확대되어 보일 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진다.
노을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함께 주황색 물감이 서서히 번지는 듯한 '궁남지'의 해 질 녘 풍경은 부여가 선사하는 깜짝 선물 같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물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엔 서동공원과 궁남지가 있다. 백제 무왕 때 물을 20여 리나 끌어와 만들었다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 연못 궁남지에는 무왕(서동)의 탄생 설화가 전해진다. 모든 게 꽁꽁 얼어버려 스산한 풍광이지만 청둥오리와 쇠오리들이 날아와 겨울 운치를 더한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새벽녘과 일몰 무렵이 아름다워 반영(反影) 사진을 찍으러 많이 찾는다. 연못 중심부 ‘포룡정’으로 이어지는 아치형 목교 등은 4월까지 보수 공사를 한다.
◇능산리사지에서 백제문화단지까지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된 부여 능산리사지와 부여 왕릉원(능산리 고분군)도 들러볼 일이다. 책의 저자로 참여한 최경원 디자인 연구소 대표는 부여 왕릉원을 ‘부여의 매력을 압축한 곳’이라고 썼다. 야트막한 산의 능선을 살린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왕과 왕족의 능으로 추정되는 7기의 고분군이 나온다. 백제 위덕왕 14년에 아버지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했다가 백제가 멸망하면서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절, 능사 터(능산리사지)와 부여 도심을 방어했던 나성이 연결된다.
'부여 능산리사지'와 '부여 왕릉원', '나성'은 코스처럼 연결돼 있다. 7기의 고분과 함께 성왕을 기리기 위해 위덕왕이 창건했다가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절 '능사', 부여 도심을 방어했던 나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현실판 능사’는 규암면 롯데리조트 부근 백제 문화를 테마로 꾸민 백제문화단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능사를 실제 크기로 재현해놓았다. “능사를 그대로 옮긴 듯 일대일 규모로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같게 하는 등 최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곳”이라는 게 강민지(54) 문화해설사의 말이다. 백제의 건축미를 응축해놓은 능사 중심부엔 높이 38m 목탑이 위용 있게 서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과 단청장, 번와장, 각자장 등이 참여해 재현했다. 강 해설사는 “금당(대웅전) 목불 앞에 놓인 금동대향로는 보존 처리 전 발굴 당시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며 “국립부여박물관의 진품과 비교 감상해 볼 만하다”고 했다. 능사 외에도 사비궁과 민가 등 실감 나게 재현한 공간을 거닐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간다. 시간이 없어 부여의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없다면 백제문화단지 한 곳만 둘러봐도 옛도읍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부여 능산리사지에 터로만 존재하는 '능사'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백제문화단지'의 '능사'. 38m의 목탑이 위용 있는 모습으로 맞는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황포돛배 타고 백마강 유람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나성은 관북리유적·부소산성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돼 있다. 책의 저자 중 7년 전 귀향해 부여에 사는 김진태 작가는 “백마강과 부소산을 특히 좋아해 자주 산책한다”고 했다. 부여읍 쌍북리, 구아리, 구교리 등에 걸쳐 있는 해발 106m의 부소산은 관북리유적에서 보면 산이라기보다 평지에 솟은 언덕에 가깝다. 반면 동쪽과 북쪽으로 갈수록 가파르고 절벽에 이르러선 백마강과 맞닿아있다. 부소산성 길은 경사가 심하지는 않아 누구나 걸어볼 만하다.
부여군을 흐르는 금강의 또 다른 이름은 백마강이다. 백마강변 구드래나루터에 황포돛배가 유유히 떠있다. 황포돛배는 구드래나루터와 고란사선착장을 오간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부소산성 정문에서 시작해 백제 말 3대 충신을 기린 사당 ‘삼충사’, ‘영일루’ ‘사자루’를 거쳐 ‘백화정’에 이르면 백마강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전북 장수에서 시작해 충북, 충남을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금강 중 부여의 호암리 천정대부터 세도면 반조원리까지 16km 구간을 흐르는 백마강은 잔물결 하나 없는 호수 같다. 백화정 부근엔 당나라 군사들에게 쫓겨온 궁녀들이 치마를 두르고 몸을 던졌다 전해지는 낙화암이 있다. 몸을 던졌을 궁녀들을 안타까워하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곤 아찔해 눈을 질끈 감는 관광객들도 다수다. 낙화암 절벽엔 조선 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새긴 落花巖(낙화암) 글자가 남아있는데 관광용 황포돛배나, 버스와 배의 엔진을 동시 장착한 수륙양용 시티투어버스를 타면 백마강 위에서 암각을 바라볼 수 있다. 낙화암에서 고란사로 내려가 “3년은 젊어진다”는 약수도 마셔볼 것. 고란사선착장에서 황포돛배를 타면 구드래나루터까지 편히 닿는다.
◇근현대 골목 풍경 ‘규암마을’
구드래나루터 건너편은 규암면이다. 부여읍에서 백제대교를 건너며 왼편으로 보이는 자온대 위에 세워진 수북정은 백마강을 가장 빠르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자온대(自溫臺)란 이름은 백제 의자왕이 머물 때마다 바위가 스스로 따뜻해졌다(自溫)는 데서 유래했다 한다.
자온대 위에 지어진 정자 수북정은 부근의 '123 사비 전망대'와 함께 백마강을 가장 쉽고 빠르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규암마을 자온로 일대는 부여읍과 사뭇 풍경이 다르다. 시간을 훌쩍 건너뛴 듯 근현대 풍경이 기다린다. 사진작가 김수씨는 “일제강점기 때 나루터가 있던 규암마을 일대는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동네”라며 “적산가옥과 함께 옛 건물을 고쳐 들어선 카페, 공방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어 골목 탐방 하기 좋다”고 했다.
근현대 풍경을 간직한 규암마을 '스튜디오 부여'의 2층 전시 공간. 1950년대 지어져 요정으로 쓰이다 조용히 시간에 풍화되어가던 건물은 디자이너, 공예작가의 손길이 닿으며 되살아났다. 오래된 '규암 가축병원' 간판도 이곳에선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규암마을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을 만큼 수탈의 중심지이자 충남 서남부 교통의 요지였다. 백화점이 들어서고 1950년대엔 요정과 술집이 무려 63개나 있었을 정도로 번화하다가 백제교 개통 후 구도심이 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 세월을 견뎌오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임씨 할아버지 담배 가게’를 책방과 카페로 꾸민 ‘책방 세간’을 중심으로 한 ‘자온로 프로젝트’와 부여군의 ‘123사비 공예 프로젝트’로 청년 사업가, 공예 작가, 귀촌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되살아났다. 규암백화점 맞은편에 들어선 ‘스튜디오 부여’는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 시간의 풍화를 입은 건물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해 질 녘 성흥산성 사랑나무
국립부여박물관 가까이엔 부여 출신 시인 신동엽 생가터와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 어귀에 있는 문학관엔 서사시인 ‘금강’ 초고를 비롯해 신동엽 시인 관련 기록물들을 볼 수 있다. 부여읍에서 차로 20여 분 가야 닿는 성흥산성 사랑나무(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는 젊은 층이 일부러 찾는 곳. ‘하트 나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느티나무가 기다린다. 수형이 아름다워 ‘서동요’ ‘육룡이 나르샤’ ‘호텔 델루나’ 등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 열연했다. 반쪽 하트 모양을 한 사랑나무 아래 서거나 산성을 따라 걸으면 고도 제한이 있어 유난히 하늘이 넓어 보인다는 ‘하늘이 큰 도시’ 부여가 발아래 펼쳐진다. 해 질 녘, 거대한 퍼즐 같은 땅 위로 1400년 전 시간의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는 듯했다.
[ 연꽃빵에 대추차, 백마강 바라보며 막국수 한 그릇 ]
무농약으로 연꽃 농사를 짓는 농부가 우리밀에 무색소, 무방부제 '3無'를 고집하며 만드는 연꽃빵(뒤)과 연잎물에 대추를 넣어 만든 대추차 한 잔은 한겨울을 이겨내는 보약 같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요즘 부여 사람들이 찾는 맛집
‘충청도는 말과 음식이 서로 닮았다. 충청도 사람들은 의견을 말할 때도 내 의견은 반만 말하고 나머지 반은 상대방에게 맡긴다 (중략) 충청도 음식도 말과 비슷하다. 음식의 주재료와 양념이 서로의 영역과 선을 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책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에서 김진태 작가는 부여 음식에 대해 ‘주재료와 양념이 서로 선을 지키며 조화를 이루는 맛’이라고 했다. 김 작가가 앞장서 데려간 곳은 연꽃빵으로 특허까지 받은 궁남지 부근 백제향이다. 무농약 연꽃 농사를 짓는 농부가 우리 밀에 생연꽃 등을 우려 반죽해 만드는 연꽃빵과 연꽃차, 대추차를 맛있게 낸다. “무방부제, 무색소, 무농약을 고집하기에 연꽃빵은 택배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이곳 강렬 대표의 말. 여름엔 생연꽃을 띄워 마시는 연꽃차가 인기지만 겨울엔 ‘연잎 진한 대추차’(7000원)를 찾는 이들이 많다. 연잎물에 대추를 넣어 달여낸 듯 걸쭉한 농도의 대추차는 한 잔의 보약 같다.
요즘 부여 현지인들이 부담 없이 즐겨 찾는다는 백마강변 '백강막국수'의 물·비빔 막국수 '곱빼기'. 곱빼기를 주문해도 돈을 더 받지 않는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림사지와 관북리 유적, 부소산성 주변으로 식당들이 모여있다. 부소산성, 구드래나루터 등과 가까운 장원막국수가 유명하지만, 강 건너 규암면 백강막국수가 요즘 현지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막국수 집이다. 국밥 등 메뉴가 다양하다. 막국수(9000원)는 면을 ‘곱빼기’로 주문해도 추가 요금 없이 양껏 먹을 수 있다. 막국수 한 그릇에 메밀 피로 만든 만두 1개를 서비스로 내준다. 삶은 부추를 올려내는 소머리수육(2만5000원)을 곁들여 먹으면 든든하다.
서동한우 본점은 부여 출신 전국구 맛집이 된 곳이다. 한우 암소를 건조 숙성해 부드럽고 풍미가 깊은 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림사지 부근에 있는 삼정식당은 한우파불고기(1인분 1만8000원)로 여행객들뿐 아니라 부여 주민들도 부담 없이 즐겨 찾는다. 뽀얀 사골 육수에 적셔 끓여 먹는 한우파불고기는 파향과 고기 향이 어우러져 ‘서로 선을 넘지 않는 조화로운 맛’을 자랑한다. 식사 후 냉면을 빼고 가면 후회할지 모른다. 토박이들 사이에선 냉면으로 시작해 유명해진 집이다. 가까이 깔끔한 분위기의 부여돈까스도 요즘 줄 서는 맛집으로 통한다.
한우파불고기가 인기인 '삼정식당'은 토박이들 사이에서 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진한 사골 육수로 맛을 낸 냉면은 예상과 달리 새콤달콤하다. / 박근희 기자
규암면 한옥 카페 합송리994는 식사 후 찾아가볼 만하다. 5년 전 귀촌한 부부가 80년 된 한옥을 그대로 살린 공간에서 핸드 드립 커피와 와인잔에 담아내는 백설라떼가 대표 메뉴다. 고즈넉한 한옥은 드라마 ‘지리산’ 등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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