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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뛴 남수단 농구... 꿈만은 '드림팀' 넘어섰다.....세계 최빈국... 내전과 학살 딛고 첫 올림픽 출전

by 주해 2024. 8. 2.

희망으로 뛴 남수단 농구... 꿈만은 ‘드림팀’ 넘어섰다

 

희망으로 뛴 남수단 농구... 꿈만은 ‘드림팀’ 넘어섰다

희망으로 뛴 남수단 농구... 꿈만은 드림팀 넘어섰다 세계 최빈국... 내전과 학살 딛고 첫 올림픽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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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 시각) 프랑스 북부 빌뇌브다스크의 피에르모루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C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수단 선수들이 미국 르브론 제임스(흰색 옷)를 막아서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남수단이란 나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농구 대표팀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독립한 지 13년 된 신생 국가, 찢어지게 가난한 이 나라에는 전국을 통틀어 제대로 된 체육관 하나 없다. 그러나 선수들은 처음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세계에 내 나라를 알리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세계 랭킹 16위 푸에르토리코를 가볍게 꺾으면서 ‘최약체’에서 ‘다크호스’가 됐다. ‘밝은 별(Bright Stars)’이라 불리는 남수단 남자 농구 대표팀 이야기다.

지난 31일(현지 시각) 프랑스 북부 빌뇌브다스크 피에르모루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C조 조별 리그 2차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이 총출동한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것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나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아니었다. 코트에 남수단 선수들이 입장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응원 덕분이었을까. 이날 경기에서 남수단 선수들은 끈질기게 ‘세계 최강’ 미국을 압박했다. 경기 초반에는 빠른 스피드로 미국을 몰아붙였다. 전반전에서 21점 차로 뒤졌지만, 악착같이 따라붙어 4쿼터에는 12점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최종 스코어는 103대86, 예상대로 ‘드림팀’ 미국 승리였다. 그러나 경기 직후 외신들은 “(남수단은) 졌지만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테픈 커리도 “남수단 선수들을 존경한다”며 “우리(미국)와 경기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남수단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남수단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고(故) 이태석 신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배경이 바로 남수단이다. 남수단 남자 농구 대표팀 선수들 역시 대부분 난민 캠프나 해외에서 태어났다. 호주·중국·미국 등 세계 곳곳에 난민 신분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들을 모은 것은 남수단 출신 NBA 선수 루올 뎅. 2019년 남수단농구연맹(SSBF) 회장이 된 그는 전 세계를 돌며 대표팀 선수들을 모집했다.

이들이 모여 훈련할 수 있었던 기간은 1년 중 단 몇 주. 그러나 ‘큰 신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남수단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딩카족은 전 세계에서 평균 신장(남자 1m90㎝, 여자 1m80㎝)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수단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농구월드컵에서 개최국 필리핀과 앙골라를 격파하면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20일 열린 미국과 연습 경기에선 100대101, 단 한 점 차이로 석패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AP는 “남수단은 연습 경기에서 미국을 거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올림픽 5연패를 노리는 미국 대표팀을 각성시켰다”고 했다. 미국 농구팬들조차 “남수단 선수들의 플레이에 감동받았다” “미국 선수들은 몸으로 뛰지만, 그들은 가슴(heart)으로 뛴다”고 극찬했다.

첫 올림픽 무대, 남수단 선수들은 결연했다. 내전과 가난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그들 존재 자체가 ‘희망’이기 때문이다. 마조크 뎅은 “전 국민이 우리 경기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며 “전기가 끊겨도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든 경기를 본다”고 했다. 불 크올은 “전쟁에 지친 한 무리 소년들이 우리 경기를 보며 기쁨과 평화를 누린다”며 “(국민의 기쁨이) 우리에겐 농구보다 훨씬 더 큰 일”이라고 말했다. 남수단은 오는 4일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남수단 농구 대표팀 파리 올림픽 참가에는 한국과 인연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남수단에서 축구를 가르치던 임흥세 감독 주도로 남수단 올림픽위원회(SSOC)가 생기면서, 산하 단체로 농구를 포함한 9종목 협회가 만들어진 것.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농구공과 유니폼 등 기본적 훈련 장비조차 없는 대표팀에 한국농구연맹(KBL)이 각 구단에서 수집한 유니폼을 전달하기도 했다.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C조 2차전 미국vs남수단 [습츠_파리올림픽]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