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창조혼, 27년 만에 일본을 찾은 현대미술 거장
지난가을 아트 위크 도쿄 기간에 일본의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도쿄에서 수많은 행사가 펼쳐졌지만 아마도 방문객들 중 상당수는 롯폰기 힐스에 자리한 모리 미술관을 0순위로 찾았을 듯싶다. 단연코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다(2024. 9. 25~2025. 1. 19). 9m가 넘는 높이의 커다란 청동 거미 조각으로 유명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70년에 걸친 위대한 창조 여정을 아우르는 회고전으로, 일본에서 27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형 전시다. 잘 알려졌듯 모리 미술관이 들어선 모리 타워 야외 공간에는 ‘마망(Maman)’이라는 청동 거미 작품 한 점이 특유의 오라를 뿜어내며 수호신처럼 자리하고 있다(2003년부터). 미술을 잘 모르는 행인들도 ‘거미 조각이 있는 광장’으로 기억할 정도로 상징적이다. 그러니 모리 미술관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에 더욱 기대 섞인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감상평을 돌려 말하자면, 단지 이 전시를 보러 도쿄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엄지 척’을 해주고 싶다.
“어머니는 마치 거미처럼 천을 짜는 사람이었어요. 우리 가족은 태피스트리 복원 사업을 했고, 어머니는 작업장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거미처럼 매우 영리했죠. 거미는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를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거미들은 우리 어머니처럼 도움을 주고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필자는 사실 모리 미술관 전시가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접고 있었다. 지난겨울, 오스트리아 빈에서 그녀의 초기작을 주로 선보인 전시 <Persistent Antagonism>을 보고는 그야말로 찡한 전율을 느껴서였다(좋은 전시는 많지만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수미일관’의 예술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간 그녀가 노년에 자신의 낡은 아파트에서 인터뷰하는 영상을 접하니, 그녀가 소속된 스위스 갤러리 하우저앤워스의 창업자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처음에는 다소 까탈스럽고 예민한 모습이었지만 결국 만남을 거듭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는 내용이 우르슬라 하우저의 책에 있다). 그리고 필자가 마누엘라 워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진심이었음을 새삼 느꼈다. “지난 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인 동시에 어머니이자 아내, 그리고 심오한 사상가이자 굴하지 않는 창조력의 상징이었어요.” 그런데 모리 미술관의 회고전 <Louise Bourgeois: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ou, it was wonderful>은 다른 종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1 모리 미술관에서 지난 9월 말 개막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창조 여정을 아우르는 회고전 포스터.
2 Installation view: Louise Bourgeois: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ou it was wonderful., Mori Art Museum, Tokyo, 2024 Photo: Kenta Hasegawa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JASPAR, Tokyo, and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2024.
3 Installation view: Louise Bourgeois: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ou it was wonderful., Mori Art Museum, Tokyo, 2024 Photo: Kenta Hasegawa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JASPAR, Tokyo, and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2024.
4 Louise Bourgeois, The Runaway Girl circa 1938 Oil, charcoal, and pencil on canvas 61×38.1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JASPAR, Tokyo, and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5 Louise Bourgeois, Topiary IV 1999 Steel, fabric, beads, and wood 68.6×53.3×43.2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JASPAR, Tokyo, and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6 Louise Bourgeois, Untitled (I Have Been to Hell and Back)1996 Embroidered handkerchief 49.5×45.7cm Photo: Christopher Burke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JASPAR, Tokyo, and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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