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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복하자” 들떴던 독일 청년… 1차 대전 서부 전선서 지옥을 만나다

by 주해 2022. 12. 30.

“프랑스 정복하자” 들떴던 독일 청년… 1차 대전 서부 전선서 지옥을 만나다

 

“프랑스 정복하자” 들떴던 독일 청년… 1차 대전 서부 전선서 지옥을 만나다

프랑스 정복하자 들떴던 독일 청년 1차 대전 서부 전선서 지옥을 만나다 넷플릭스 1위 서부전선 이상없다 원작 동명 소설, 독일서 첫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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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위 ‘서부전선 이상없다’… 원작 동명 소설, 독일서 첫 영화화

3분여의 오프닝 시퀀스부터 숨이 차오른다. 청회색 진창 위에 고인 핏물 웅덩이, 그림처럼 쓰러진 병사들 곁으로 총탄이 튈 때마다 땅의 붉은 속살도 함께 피를 튀기는 것 같다. 독일 병사는 전우가 방금 머리에 총알을 관통당하며 쓰러졌던 사다리를 기어올라 참호 밖으로 전진한다. 한 발 뗄 때마다 그보다 더 많은 부대원들이 쓰러지고, 총이 고장 나자 야삽을 움켜쥐고 내달린다. 삽날이 프랑스 적병의 목을 내리찍는다.

이달 1~3일 넷플릭스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른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전쟁터는 차갑고 냉정하다. 갓 고교를 졸업한 17세 청년 파울은 민족주의자 교사의 연설에 감화돼 프랑스를 정복하겠다는 낭만적 꿈을 꾸며 입대한다. 하지만 전선에서 파울과 친구들이 마주한 것은 1차 대전 서유럽 전선의 악몽 같은 참호전이다.

끔찍하고 비인간적이었던 전장에서 젊은이들이 신봉했던 모든 가치는 무너진다. 남은 건 오직 생존을 위한 몸부림 뿐. 전쟁의 참상을 묵직하게 비출 때, 영화는 휴머니즘이나 멜로를 끼워 넣는 잔재주 따위 부리지 않는다. 클래식한 전쟁 영화 팬들에겐 2시간 반의 상영 시간이 오히려 아쉬울 것이다.

독일 소설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이 원작. 소설은 1929년 발간 뒤 18개월 만에 22국 언어로 번역돼 250만 부를 찍었고, 나치가 금서로 지정했었다. 원작을 읽은 시청자라면 주인공 파울의 심리 묘사와 결말 부분의 차이로부터 100년 세월을 거치며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변화했다는 걸 알아챌 것이다.

독일 소설가 레마르크의 원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할리우드는 1930년 극장 영화, 1979년 TV영화로 두 차례 영화화했다. 사진은 두 영화에서 주인공 파울 보이머를 연기한 배우들. 왼쪽부터 오스카 작품·감독상을 받은 1930년작의 루 에어스, 골든글로브 TV영화 작품상을 받은 1979년작의 리처드 토머스. /IMDB

소설을 원작으로 미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1930년작 영화는 오스카 작품상·감독상을, 1979년작 TV영화는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인 감독·배우들이 독일영화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봤던 할리우드 전쟁 영화는 유럽을 파시즘에서 해방시키는 영웅들의 이야기였지만 독일에서 전쟁은 늘 치욕, 참혹함, 공포, 죄책감으로 기억된다. 내 DNA에 새겨진 그 감정을 꺼내 가장 독일 영화다운 방식으로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독일 작가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1차 대전 중의 독일, 고교를 갓 졸업한 뒤 입대한 파울 보이머(펠릭스 카메레르)는 서부 전선의 참호 전투에서 지옥을 본다. /넷플릭스

원작의 이야기에는 멀리는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부터 최근에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까지, 명작으로 불리는 세계대전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장점이 씨앗처럼 숨어 있다. 현재 시제와 1인칭 시점의 깊은 심리 묘사, 전쟁의 정신적 물리적 공포와 고통 체험을 시청자가 개인적인 경험처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힘이다. 북소리와 전자음 위주로 절제된 음악, 냉철한 카메라 움직임이 이런 장점을 극대화한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삽입된 종전 회담 과정이 촘촘한 이야기의 긴장감을 늦추는 건 옥의 티다.

극장 화면과 사운드로 봐야 마땅한 영화지만, 넷플릭스의 UHD 4K 화질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독일의 내년 미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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