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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뉴욕 메트 미술관의 얼굴 장식한 한국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 .... 관객 1000여명과 '대화'

by 주해 2024. 9. 14.

뉴욕 메트 미술관의 얼굴 장식한 한국 설치미술가

 

뉴욕 메트 미술관의 얼굴 장식한 한국 설치미술가

뉴욕 메트 미술관의 얼굴 장식한 한국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 관객 1000여명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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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면의 기둥 사이에 이불 작가의 조각 4점이 설치된 모습. 작가는 미술관의 파사드(전면부)에 수문장처럼 설치된 이 작품들을 ‘가디언’(수호자)이라 불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MET)에서 파사드(Facade) 프로젝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사실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마침 제안이 와서 두말할 것도 없었죠. 그냥 ‘예스(Yes)’.”

12일 미국 뉴욕 메트 강당에서 검은색 상·하의에 백발인 여성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 사람은 세계적인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불(60). 1964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그동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 상품화를 공론화하는 등 기존 관념에 대한 저항 정신을 작품을 통해 세상에 표출해왔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일본 모리 미술관,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했고, 199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특별상과 201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이불 작가가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롱 테일 헤일로' 작품 의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불이 이번엔 미국 최대 규모이자 세계 5대 미술관에 속하는 메트에 자신의 설치미술 작품 4점을 선보인다. 12일부터 내년 5월 27일까지다. 메트 미술관의 건물은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모리스 헌트가 1902년에 완성했다. 헌트는 본래 기둥 사이에 그리스, 이집트, 르네상스, 근대 양식을 대표하는 네 개의 조각을 넣으려고 했으나, 이를 완성하지 못하고 빈 공간으로 남겨놓았다. 메트는 이렇게 빈곳으로 남겨진 네 파사드 공간을 2019년부터 새로운 조각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바로 그 네 곳에 이불의 설치미술 작품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이불은 이곳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니케(승리의 여신)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부터 자신이 오래 길러온 반려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품 등을 선보이면서 이들을 ‘가디언(guardian)’이라고 불렀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등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엔 이런 건물 공간에 수호자를 연상시키는 조각품을 세워놓지 않았나. 나는 그런 조각품에 여러 시대, 여러 층위의 해석을 입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면의 기둥 사이에 이불 작가의 조각 4점 중 작가가 키우던 진돗개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왼쪽)과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를 재해석한 작품(오른쪽) 등이 포함됐다. 작가는 미술관의 파사드(전면부)에 수문장처럼 설치된 이 작품들을 ‘가디언’(수호자)이라 불렀다. /윤주헌 특파원·연합뉴스

이번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이다. 메트는 2019년부터 대표적인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시리즈로 ‘더 파사드 커미션’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지난 7월 문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메트와 5년 후원 협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이름을 바꿔 진행하게 됐다. 그동안 완게치 무투, 캐럴 보브, 휴 로크, 나이리 바그라미안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했다. 올해 그 뒤를 이불 작가가 이은 것이다.

메트는 이날 작품을 공개하면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강당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은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이불의 작품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불은 “이곳 미술관은 내가 뉴욕에 처음 왔을 때 핫도그를 사먹었던 곳이어서 내게 참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여러번 미술관을 방문해 컬렉션과 전시를 보면서 이 미술관만의 정체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새롭게 작품을 설치한다 해도 그것이 마치 이곳에 원래 오래도록 있었던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작품들이 미술관 안이 아닌 밖에 있어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고 했다. 그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이 작품을 보게 되는 만큼, 낮밤이 바뀌고 날씨가 달라질 때마다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길 또한 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