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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근현대 미술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 1887~1985) : Prièreoil on canvas 72.3☓54.0cm (20) : 1976 :

by 주해 2022. 12. 15.

2021-12-03 21:30:54

 

 

작품설명

러시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샤갈은 틀에 박힌 관습과 차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상과 꿈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1910년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당시 파리 화단의 야수파와 인상주의에서 원색의 힘 있는 표현과 다채로운 빛을 나타내는 방식을 얻어 자신만의 맑고 순수한 색을 붓 끝에 입혀나갔다. 그러나 유대인으로서 그는 주류 미술계의 특정 유파에 속하지 못했고 타지에서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작업으로 달래며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작품에 투영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유대인 학살의 격변기 속에 1944년 아내 벨라 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느낀 상실감으로 그의 회화는 잠시 동안 어둡게 변해갔다. 이후 파리를 떠나 1950년 생 폴 드 방스에 정착해 두번째 부인인 바바와의 재혼으로 안정을 되찾으며 그의 작업은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와 강렬한 태양 빛 아래 이전의 밝고 화사한 톤으로 회복했다. 또한, 출품작이 제작된 1970년대에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스테인드글라스와 공공 미술로도 작업을 확장해가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갔다.1976년에 그려진 출품작 은 샤갈의 자전적 이야기와 작가 말년의 무르익은 색채의 표현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작품은 샤갈의 회화에서 주요하게 다뤄왔던 소재들을 통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Vitebsk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그의 예술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출품작은 크게 세 가지의 구분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우선 각각의 소재들은 작가 내면의 경험들과 맞닿아 서술적으로 그려졌다. 우측 하단의 무중력의 연인은 그와 그의 아내 바바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으며 뒤편으로 마을 전체가 태양 빛으로 물든 비테프스크의 풍경이 이어진다. 그는 가난하고 핍박 받던 고향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냈고 마을 하늘 위로 떠오른 꽃다발은 평생 샤갈의 화업에서 사랑의 주제를 관통한 요소로 다뤄졌다.

이처럼 부유하는 인물과 소재의 표현은 어느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유대인의 유랑적 삶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그 의미를 드러낸
다. 어두운 밤 팔레트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달빛에 의지해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등장하며,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과 약혼을 올리는 연인은 샤갈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 특징은 작품이 다섯 가지 색 면 분할의 구조를 이루는 점이다.

각각의 색 면은 서로 보색대비를 이루며 생동감 있는 강렬한 구성이 돋보인
다. 짙푸른 색과 보랏빛으로 묘사된 장면에서는 과거의 삶이 나타나고 이와 대비되어 밝은색으로 그려진 부분인 자신과 바바의 모습, 그리고 고향 마을의 풍경은 현재와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암시하는 듯하다. 샤갈이 즐겨 사용하던 다채로운 색은 출품작에서 더욱 환상적인 원색의 면으로 나타나고 흰 선으로 공간의 구획을 한 번 더 나누지만, 소재들이 서로 경계를 넘나들며 이어져 작품 전체에 순환적인 연속성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특징으로 분할된 화면과 윤곽선의 구조는 샤갈의 생애 후반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과 상호 연계된 점이다. 1960년, 샤갈은 예루살렘의 하다사대학 유대교회당의 색유리 작업을 시작으로 197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작품 의뢰를 받게 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서도 명성을 다져나갔다. 이 시기 제작된 출품작에서도 스테인드글라스의 분할된 프레임 구조를 자신만의 회화 구성 언어로 적용하여 나타냈고, 화려한 색 면의 유리창을 통해 비친 자연의 풍부한 빛을 더욱 적극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작품의 구성과 내용이 작가 생애와 맞닿아있어 샤갈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예술에 대한 주제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