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08:26:15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3/05/LBQWFARSURBI3KZ3IDD2VURYJ4/
문화유산 과학센터 연내 착공
#1. 일본 효고현에 있는 사찰 게이운지(慶雲寺)에는 높이 44.5㎝ 금동반가사유상이 있다. 다소곳이 앉은 자세, 살포시 머금은 미소가 아름답지만 한동안 일본 학계에서 ‘가짜’로 의심받았다. 고대 일본에 없는 특이한 형태의 반가상이라는 것.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2018년 오사카대와 공동으로 한·일 금동반가사유상 43점을 형광 X선 분석법 등으로 조사한 결과, 7세기 중국 혹은 삼국시대 진품으로 밝혀졌다. 민병찬 관장은 “청동 성분에 아연이 포함되지 않고 주석 함유량이 10% 가깝게 나왔다”며 “근대 이후 만든 모조품엔 불순물이 거의 안 들어가기 때문에 가짜라면 나올 수 없는 성분 분석 결과”라고 했다.
일본 효고현 게이운지에 있는 금동반가사유상. 한동안 일본 내에서 '가짜'로 의심받았으나,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오사카대와 공동으로 형광 X선 분석법 등으로 조사한 결과, 7세기 중국 혹은 삼국시대 진품으로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
#2.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에는 가짜(복제품) 유물 30여점이 있다. 1920년 경주 입실리에서 발견됐다는 철기시대 유물 5점이 대표적. 1980년대 초까지 박물관 내부에서도 이 유물들이 복제품인지 몰랐다. 그 때문에 철기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각종 책자에도 소개됐고 해외 전시에도 버젓이 나갔다. 가짜 유물의 비밀은 5년 전에야 비로소 풀렸다. 박물관이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이 만든 복제품 목록 책자가 발견됐고, X선 분석을 통해 ‘가짜 유물’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문화재 보존과 전시에서 ‘보존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왼쪽). 오른쪽 사진은 감마선으로 촬영한 내부 모습이다. 뼈대를 이루는 철심이 머리, 몸통, 팔에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박물관은 컴퓨터 단층촬영기(CT)로도 내부를 찍어 3차원 형상을 파악했고, 형광 X선 분석을 통해 주석과 납 함유량이 5% 이상임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푸른 가운을 입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연구사들이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건강검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 진위 감정,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선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보존과학부 창설 45주년을 맞아 ‘문화유산 과학센터’를 착공한다. 박물관 건물 북쪽 인근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연면적 9350㎡) 센터를 새로 건립해 2024년 개관할 예정이다. 디지털 장비와 최신 보존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 문화유산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유물 진위 검증을 본격 시도한다.
민병찬 관장이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힘준 대목도 여기에 있다. 민 관장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문화재의 진위 논란인데, 그동안 전문가 개인의 경험과 안목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사립 박물관의 지정 문화재 분석 데이터를 우선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진위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픈 문화재 치료하는 병원에서 진위 검증하는 ‘문화재 CSI’로
초창기만 해도 국내 보존과학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1976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처리실이 처음 생기고 처음 작업한 유물은 서울 삼양동에서 출토된 금동보살입상(국보 제127호). 집 수리 중 곡괭이에 맞아 발견된 불상이라 옷자락 일부가 파손됐는데 마땅한 보존 기구가 없어 이쑤시개로 접착제를 발라 붙이는 처지였다.
그로부터 45년 지난 지금 국내 보존과학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훼손된 유물을 붙이고 녹을 벗겨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적외선·자외선·엑스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투과시켜 흔적만 남은 옛 글씨를 판독하고 유물의 내부 구조와 성분을 확인한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박물관에서 보존과학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초창기 ‘문화재 병원’에서 구조와 재질, 제작 기술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는 ‘문화재 CSI’ 단계에 왔다”며 “18억원을 들여 구입한 CT, 고성능 전자현미경 등 필요한 장비를 갖췄다”고 했다. 문제는 인력과 데이터. 유 부장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는 국립박물관이 자체 소장품뿐 아니라 공·사립 박물관 유물의 보존처리까지 지원하게 돼 있는데, 1000개가 넘는 박물관 소장품을 현재 인력으로 처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설과 인력을 확대해 5과, 총 71명의 연구진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건은 국내외 문화재 빅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 민 관장은 “목재 유물 수종 분석, 연대 측정 데이터 확보 등 재질에 따라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게이운지 금동반가사유상만 해도 지금은 중국 혹은 삼국시대 불상이라는 것까지 확인했지만, 앞으로 중국 불상에 대한 데이터까지 추가로 확보하면 생산지가 중국인지 한국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미술 > 한국 미술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롱 드 경성]......‘와사등’ 시인 김광균이 가장 아꼈던 화가… (0) | 2022.12.06 |
---|---|
[살롱드 경성]사슴처럼 고아한 그를 그리다... 편집국서 꽃핀 브로맨스 ....... (0) | 2022.12.05 |
[살롱 드 경성] “까치머리 이상, 꼽추 구본웅이 걸어가면 곡마단 온 줄 알고 환호했다” (0) | 2022.12.04 |
‘이건희 초특급 컬렉션’에 해외 큰손이 움직인다.... 감정 완료 앞둔 삼성 소장품 어디로 갈까.....모네, 마그리트, 리히터… (0) | 2022.12.04 |
기산(箕山) 김준근......조선 최초의 국제 화가… 전 세계에 1400여 점 작품 남겨.. (0) | 2022.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