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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근현대 미술

이우환(李禹煥 : 1936 ~ ) : From Line : acrylic on canvas 182.6☓226.5cm (150) : 1982

by 주해 2022. 12. 15.

2021-12-12 16:33:59

 

LITERATURE

『한솔 뮤지엄 개관전 선집: 진실의 순간』(한솔 뮤지엄, 2013), p.150, p.152. (installation view)『한국미술의 산책 Ⅱ-단색화』(Museum SAN, 2017), p.41.

 
 

EXHIBITED

한솔 뮤지엄(원주), 《한솔 뮤지엄 개관전 : 진실의 순간 Ⅰ》: 2013.5.16-2014.2.28.

 
 

작품설명

이우환 작품 중 <From Point>, <From Line> 연작은 우주의 존재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점이나, 선의 반복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출품작은 <From Line>이라 명기된 제목의 작품이지만, 1970년대 후반기에 주로 선보였던 규율화된 형태의 점이나 선의 반복되는 연작들과는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는 주요 작품이다. 그 특징을 꼽자면첫째로 자유로운 선의 표현이다. 반복적인 선이 화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주로 이전 시기<From Line> 작업에서 표현된 형태와 대비해 차별화된 짧은 선의 모습을 띠고 있다. 즉, 화면 전체를 위에서 아래로 한 획의 긴 선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길이의 선을 사용해 거대한 캔버스 화면에 점을 찍어 내듯이 반복적인 선을 그었다. 이러한 양식은 <From Point>의 도상과 개념적인 유사성을 띠는데, 이점이 바로 두 번째 특징이다. 화폭은 열아홉 개의 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열을 채우고 있는 선들은 좌에서 우측으로 가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흐릿해가는 선은 다시금 짙은 원색의 선으로 나타나 무한한 반복을 화면에 만들어낸다. 어디가 시작점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화면은 감상자를 압도하는데, 붉은 기운을 머금은 주황빛의 안료는 수많은 점의 형태에 시각적인 자극을 더욱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특징은 각 선들의 자율성이다.1980년을 기점으로 <From Line>, <From Point> 연작들의 점과 선의 그 조형적 특징이 자유로운 형태의 표현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특히 이와 같은 선의 사용은 1982년 이후 제작된 초기 <From Wind>에서도 그 자율성이 허용된 붓 터치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회화의자율성은 이번 출품작에서도 보인다. 이 작품이 제작된 1982년도는 이우환은 독일 뉘른베르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을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이어지는 유럽 전시 일정을 이어 나가고 있었던 해였다. 특히 1982년 11월에 밀라노 ‘Studio Marconi’에서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었고 출품작 뒷면에 ‘in milano’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작품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Studio Marconi’를 이어받은 ‘Fondazione Marconi’의 자료를 살펴보면 1982년도에 전시된 이력이 있는 <From Line>, <From Point> 작품들에서 규율화된 선이나 점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표현된 작품들이 있어, 해당 연도의 작품의 표현 양식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출품작 역시 원경에서 보면 각각의 선들이 유사하고 반듯하게 그어진 반복적인 표현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으나, 가까이서 보면 모든 선들이조금씩 다른 붓질의 모양으로 구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태는 화면에 운율감이느껴지는 조형적인 자율성을 허용하며, 작품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우환에게 캔버스 위의 공간은 존재하는 사물 자체를 표현하기보다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사유와 철학을담은 이미지가 나타나는 곳이다. 자신을 비워내는 반복의 행위가 드러나는 하나의 장場으로자리하며, 이를 바라보는 감상자는 점차 화면의 무한함에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