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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근현대 미술

이인성(李仁星 : 1912-1950), 서동진(徐東辰 : 1900-1970) 外 , 서화첩(書畵帖)Album of Paintings & Calligraphiesink and color on paper, ink on paper : 48.0☓33.0cm (14pcs) : 1935.5.8, 1936.2.13

by 주해 2022. 12. 25.

2022-08-14 13:10:09

 

LITERATURE

이인성 展(갤러리포커스, 1991), p.27.

 
작품설명

다양한 작가의 그림과 글씨로 이루어진 서화첩이다. 이 중에서도 단연 주목해 볼 만한 것은 천재화가로 불린 이인성과 그의 스승인 서동진의 작품이다. 이인성은 특유의 수채화법으로 화폭에 정물을 그려냈는데, 그릇에 가득 담긴 탐스러운 과일들을 맑은 채색과 빠른 붓터치로 단숨에 완성해냈다. 자유로운 필치와 대담함에서 그의 천재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서동진은 소담한 산수를 화폭에 담아냈는데 옅은 먹을 번지듯이 풀어내 수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며, 속도감 있는 붓놀림, 맑은 담채의 사용에서 수채화의 선구자였던 그의 필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화첩은 이 둘과 함께 대구에서 활동한 서병기徐丙麒, 1919-1993의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가가 일본인인 것으로 보이며 이마저도 누구인지 확인이 어렵다. 어떠한 연유에서 이 작품들이 한 화첩에 꾸며진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위에 언급한 3명의 연관성으로 볼 때 대구지역에서 활동했던 한국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꾸민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일부 작품에서 불국사, 석굴암과 같은 경주에 있는 지명들이 등장하고 1935년 5월 8일이라는 일자가 반복적으로 쓰인 것으로 볼 때 이인성, 서동진, 서병기를 포함한 몇몇의 다른 인물들이 함께 경주에 갔을 때 그렸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1935년은 이인성이 일본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해로, 특히 경주는 그에게는 특별한 장소였다. 이인성은 1935년 봄, 경주에 방문해 고고학의 선구자인 석당 최남주崔南柱, 1905-1980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간 많은 스케치를 하며 자신의 영감을 구체화해 나갔다고 한다. 이때의 스케치로 제작된 작품인 <경주의 산곡에서>1935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 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작품 제작을 위해 이 시기에 자주 경주를 드나들던 그는 5월 8일 대구에서 같이 활동했던 작가들과 경주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이 화첩에 서로 그림과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작가 및 내용 파악이 어려운 작품, 경주와의 관련이 없거나 그 이후에 그려진 작품이 섞여 있지만 기본적인 제작 배경은 이 모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인성, 서동진, 서병기 등 대구 향토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교류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일본인들과의 교류까지 엿볼 수 있어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一從執謁卅星霜 일찍이 찾아뵌지 어느덧 삼십 년,

重過泉亭舊感長 다시 찾은 녹천정綠泉亭,  남산 부근 통감 관저에 옛 생각 새롭다.

遺墨籠紗人不見 깁에 두른 글씨만 남아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네.

南山喬木鬱蒼蒼 남산에 나무들만 울창하다.

上綠泉亭懷伊登公 녹천정에 올라 이등공을 생각한다.

漸庵老生奉 점암漸庵 노생 올림

昭和 乙亥 春 寫於物外莊 소화 을해년1935 봄에 물외장 物外莊에서

大江處士 孚堂 대강처사 부당

仁者以己克己 인자仁者는 자신으로 자신을 극복하고,

知者以人治人 지자知者는 다른 사람으로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

志軒 지헌昭和 十年 五月 八日 소화 10년1935 5월 8일.

於慶州佛國寺旅館 경주 불국사 여관에서.

隆德 융덕

昭和十年初夏 소화 10년1935 초여름에.

大邱 徐丙麒 대구 서병기

石窟菴 석굴암.

旅人 亞浪 나그네 아랑

自然欲歌意 자연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

直方住人 瓜介 직방주인 과개

夙起攀吐含山訪石窟菴 아침 일찍 토함산에 올라 석굴암을 찾다

.禽聲遠近響似豻 들개 소리인 듯 여기저기 새소리 들리고,

殘月寒光現樹間 엷은 달 차가운 빛이 숲 새에 어린다.

登極東嶺鮮旭日 동녘 산에 떠오른 빛나는 태양,

終訪石窟拜慈顔 끝내 석굴암 찾아 자애로운 얼굴 뵈었다.

丙子 卯月 十三日 병자년1936 묘월卯月, 2월 13일.柏邨海士 백촌해사一九三五年五月八日 1935년 5월 8일仁星 인성乙亥

初夏 을해년1935 초여름에

 

徐東辰 서동진

 

20220823  :  S  :  유찰(8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