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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장 프레데리크 바지유, 수영하는 사람들(여름 장면), 1869년, 캔버스에 유채, 158×159㎝, 하버드대 포그 미술관 소장.....어색한 듯 완숙한 여름 풍경화

by 주해 2022. 12. 2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35] 어색한 듯 완숙한 여름 풍경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35 어색한 듯 완숙한 여름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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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레데리크 바지유, 수영하는 사람들(여름 장면), 1869년, 캔버스에 유채, 158×159㎝, 하버드대 포그 미술관 소장.

프랑스 화가 장 프레데릭 바지유(Jean-Frédéric Bazille·1841~1870)가 그린 여름 풍경이다. 이처럼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무더위에 숲속 가운데서 거리낌 없이 옷을 벗어 던지고 물놀이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을 것이다.

바지유는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포즈의 인물을 그리고, 배경은 야외에서 직접 그린 뒤 인물을 배치했다. 그래서인지 새파란 하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수풀의 녹음이 자연스럽고 생생한 데 반해 남자들의 위치는 어색하고 명암의 각도도 일정치 않은 데다 서로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어 각각 동떨어져 따로 노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는 선(線)원근법을 통해 화면 양옆에서 한가운데로 시선을 모아주고, 초록색 위에 또렷한 줄무늬, 빨간색, 파란색 수영복을 적절히 펼쳐 놓아 묘한 안정감과 생동감을 함께 준다. 저 멀리서 셔츠 단추를 푸는 남자를 보면 현실감이 느껴지다가도, 왼쪽 나무에 기댄 남자는 전통적인 성화(聖畫) 중 기둥에 묶인 채 화살을 맞는 성 서배스천 같고, 가운데 누운 남자를 보면 고대 신상(神像) 중 ‘강(江)의 신’이 떠올라 비현실적이다. 사실적이면서도 고전적이고, 어색한 듯하면서도 완숙한 이 그림은 확실히 눈길을 잡아끌고 기억에 오래 남는 매력이 있다.

바지유는 모네, 마네, 르누아르, 시슬리 등과 가깝게 교류하며 화가로 성장해 흔히 ‘인상주의 미술가’라고 불리지만 그는 사실 ‘인상주의’라는 명칭이 생기기도 전에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렇지 못한 동료들에게 무엇이든 아낌없이 베풀었던 바지유가 전화(戰禍)를 피했더라면 탁월한 화가가 되었겠지만, 그런 상상은 그저 부질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