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미술/근현대 미술

피서철 풍경… 유럽은 강·바다, 한국은 계곡 그림 많아요한여름 풍경을 그린 작품들

by 주해 2022. 12. 11.

2021-08-02 13:31:53

 

피서철 풍경… 유럽은 강·바다, 한국은 계곡 그림 많아요

 

[명화 돋보기] 피서철 풍경… 유럽은 강·바다, 한국은 계곡 그림 많아요

[명화 돋보기] 피서철 풍경… 유럽은 강·바다, 한국은 계곡 그림 많아요

newsteacher.chosun.com

 

/National Gallery 조르주 쇠라의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1884).

 

/Royal Collection Trust 윌리엄 프리스의 '램즈게이트 백사장'(1854).

 

국립중앙박물관 강세황의 ‘송도기행첩’ 중 ‘태종대’(1757).

 

여름철 폭염 후유증이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해 연어와 홍합 등 해양 생물이 시름시름 죽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사람도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강렬한 햇빛이 오래 피부에 닿거나 더위로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몸이 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상점 문을 닫고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Siesta)’ 문화가 있는 나라도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더위를 피하기 위한 세시 풍속(해마다 일정 시기에 행하는 고유 풍속) 몇 가지가 있어요. 그 중 ‘더위팔기’는 한겨울인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에 친구를 찾아가 “내 더위 사 가라” 하고 외치는 겁니다. 남에게 더위를 팔아버리고 여름에 서늘하게 지내겠다는 것이죠. 유두일 물놀이도 있어요. 유두일은 음력 6월 보름으로 올해는 7월 24일이었어요. 이날이 되면 선조들은 산속 맑은 시내나 폭포를 찾아가서 폭포수를 등에 맞고 계곡물에 몸을 담그며 하루를 보냈어요. 마을에서는 수박도 나눠 먹고 유두절 국수도 만들어 먹으며 잔치를 벌였지요. 이렇게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던 유두일 풍습은 오늘날 피서나 여름휴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답니다.

 

◇센강에서 휴식하는 노동자들

<작품1>은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가 그린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에요. 센 강변에서 수영을 하며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러 색으로 여러 개의 점을 찍어 그린 점묘주의 그림으로, 조금 떨어져서 봤을 때 색이 자연스럽게 혼합되는 효과를 내지요.

그림의 배경이 된 아스니에르(Asnières)는 파리 근교에 있는 공업 도시에요. 그림 윗부분을 보면 멀리 흐릿하게 공장 굴뚝들이 늘어서 있고 연기가 올라오고 있어요.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노동과 더불어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법안들이 하나둘 마련되고 있었어요. 쇠라의 이 그림에도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눈떠 가던 당시의 인식이 깔려 있답니다.

 

◇기차 타고 해변 찾은 영국 가족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계곡으로 물놀이를 떠났는데, 유럽 사람들은 강이나 바다로 많이 갔습니다. <작품2>는 19세기 영국에서 군중풍속화를 즐겨 그렸던 윌리엄 프리스(William P. Frith)의 ‘램즈게이트 백사장’이란 제목의 그림이에요. 영국 동남부 켄트주의 관광지 램즈게이트(Ramsgate) 해변에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가득해요. 19세기 초반에 영국 전역에 철도가 놓이자 사람들은 값비싼 마차를 빌리지 않아도 기차를 타고 가까운 바닷가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고속열차(KTX)가 다니고 토요일이 휴일로 바뀌면서 주말 여행이 일상화됐듯, 19세기 영국도 비슷했어요. 가족 여행이 유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해수욕장과 휴양지가 하나 둘 개발되었고, 도시 근로자들을 위해 저렴한 기차도 운행된 것이지요. 덕분에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와글와글 붐비게 되었다고 해요.

 

◇계곡물에 발 담근 선비들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 상류층 선비들은 깊은 산속 조용한 계곡에서 서늘한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을 즐겼어요. 발이 시원하면 온 몸이 시원해지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그림으로 감상해볼까요? <작품3>은 18세기 중반 조선 시대 화가 강세황(1713~1791)이 개성 송도의 경치 좋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남긴 서화집, ‘송도기행첩’ 속에 있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태종대’에 올라 쉬는 장면이지요. 태종대는 개성 북쪽 성거산에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예요. 바위가 많은 계곡 풍경 속에 함께 여행했던 일행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이네요. 어떤 사람은 웃옷도 벗은 채 바위에 걸터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고, 그 옆으로는 갓 쓰고 옷도 입은 채 한 발만 계곡물에 담그고 있는 선비도 보여요. 맞은편에는 홀로 큰 바위에 앉아 종이를 펴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한 수 적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여름 한철의 물놀이는 폭염을 피하고, 지친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기도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일 또는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요. 하지만 반드시 특정 장소로 떠나야 휴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빡빡하게 짜인 일정에서 한발 물러서 잠시 짬을 내거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겠지요.

 

 

[강세황의 ‘실경산수화’]

강세황의 ‘송도기행첩’처럼 화가가 실제로 돌아다니며 직접 경치를 보고 묘사한 것을 ‘실경산수화’라고 해요. ‘송도기행첩’은 개성 주변의 명승지를 묘사한 16점의 실경산수화와 3편의 글로 이뤄져 있어요. 강세황은 “세상 사람들이 일찍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자신의 책을 소개합니다. 아무도 접해보지 못한 경치를 그렸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산수화에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세황의 그림은 가까운 경치는 크고 뚜렷하게 그리고, 먼 경치는 작고 흐릿하게 그리는 식으로 서양의 원근법과 비슷해요. 이는 같은 조선 시대의 다른 화가들 그림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