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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감로탱화 甘露幀畵-color on silk - 197.0☓221.0cm - 1681 - 보물 제1239호

by 주해 2022. 11. 19.

2019-06-25 04:56:25

 

 

감로도 중 이른 시기에 조성된 보물 제 1239호 감로탱화다. 감로도는 천도재薦度齋 의식을 도해한 내용인 동시에 의식에 사용된 불화다. 숭배의 대상이 되는 불화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감로도는 권위적이기 보다 친근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존재하는 독특한 불화로 볼 수 있다. 아귀에게 감로를 베푼다는 뜻에서 ‘감로도’ 혹은 ‘감로왕도’라 하며, 우란분경于蘭盆經을 근본 경전으로 삼기 때문에 ‘우란분탱화’ 혹은 ‘우란분경변상도’라 칭하기도 한다.

감로도는 16세기에 형성돼 18-19세기에 다수 제작됐으며 출품작은 숙종 7년1681에 조성된 것으로 이른 시기에 속한다. 조선 전기에는 국가와 왕실이 주도한 천도재가 지속됐지만, 중종中宗, 1488-1544대 들어 주자가례朱子家禮 확립을 명분으로 이를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재상가에서조차 몰래 수륙재를 열었다는 명종실록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암암리에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조선중기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잦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많아 구천을 떠도는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천도재가 성행함에 따라 감로도 제작도 증가했다. 출품작의 화기畵記에는 상궁이었던 송절이宋節伊, 박노정朴路貞 등이 시주했다고 기록되어 있어 왕실에서 상궁의 이름으로 대신 발원한 불화로 여겨진다.화면 가득 그려진 인물들의 다양한 묘사력이 돋보이는데, 하단에는 고혼孤魂이 된 중생들의 여러 죽음의 원인과 지옥이 표현되었다. 물에 빠져 죽거나,말발굽에 깔려 죽거나, 뱀에 물려 죽는 등 구체적인 사인死因들이 묘사되었으며, 끓는 가마솥에 삶기는 고통을 받는 확탕지옥, 날카로운 칼날에 찔리는 고통을 받는 도산지옥도 있다.

그리고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먹을수 없는 아귀餓鬼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는데, 하나같이 그릇을 든 모습이다.바로 감로를 받기 위함인데, 그림에서는 금박을 입혀 감로를 표현했다. 또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재단을 차려 재齋를 지내주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화면 중앙에 음식과 꽃으로 장엄한 시식대施食臺 위로 휘날리는 번幡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공간감을 형성해 구름을 타고 내영하는 존상들의 이상세계를 구획했다. 재단 앞에는 의식을 집전하는 승려를 비롯해 의자에 앉아 금강령을 높이 쳐들고 독송하는 고승과 악공 등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의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해 당대 천도의식과 복식에 관한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상단에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감로를 내려줄 존재들이 구름을 타고 내영하는 중이다. 석가로 여겨지는 존상의 무리인 삼여래와 칠여래 무리가 동등한 크기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칠여래 중 이포외여래離怖畏如來는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며, 묘색신여래妙色身如來는 누추하고 험상한 형상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원만하게, 감로왕여래甘露王如來는 아귀의 목구멍을 개통開通시켜 감로미를 먹게 한다.

이처럼 칠여래는 현실에서 겪는 고통의 구체적 상황에 맞게 역할을 분담해 강력한 구제력을 표방하며 후기 감로도의 중심 도상으로 일어섰다.화면의 면면은 재미있게 표현하면서도 숭배의 대상이 되는 불화의 기능을위해 전체적으로 강렬한 색상의 사용과 수직상승적 구도를 보여줌으로써장엄한 느낌을 살려 조화를 이루었다.16-17세기에 조성된 감로도는 조성된 수량 자체가 많지 않다. 출품작 보다 이른 시기에 조성된 예는 각각 1589년과 1591년에 조성돼 일본의 약산사藥山寺, 조전사朝田寺에 보관중인 감로탱, 국내에서는 1580년에 조성된 감로탱과 1649년에 조성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보석사寶石寺 감로탱으로, 현재 4점 만이 확인된다. 그중 출품작은 후기에 조성되는 다수의 감로탱 도상의 선구적인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보물 1239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이 불화를 제작한 화승 철현哲玄, 영현靈現, 탁진卓眞 등이 참여한 동시기 다른 불화들과도 비교할 수 있어 자료사적 가치가 높다고 할수 있겠다.

 

참고문헌방종주, 「조선후기 감로도의 지옥도상 연구」(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 협동과정 미술사학 전공 석사학위논문, 2012)

김승희, 「우학문화재단 소장 감로탱화 도상의 의미와 화면 구성을 중심으로」(『단호문화연구』 제5호, 용인대학교전통문화연구소, 2000), pp.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