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으로 뻗친 송엽가지를 좌우로 늘어뜨린 채 하늘을 향해 곧게 몸을 뻗은 <수송영지도>로 항간에 알려진 겸재의 노송영지와는 형태적 차이가 있다. <노송영지도> 역시 축수祝壽를 염원하는 것이긴 하나 노송이라 함은 굴간屈幹이 완연하고 송엽 가득한 오래된 소나무가 더 자연스럽기에, 곧고 송엽의 무성함이 덜한 위 작품은 목숨 ‘수壽’의 형태를 띤 <수송영지도>라 부르는게 호칭적 구분이 수월치 않을까 한다.
현재 겸재의 소나무 작품으로 알려진 것은 다람쥐를 함께 그린 간송미술관 소장작과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작, 그리고 인천 송암미술관이 소장중인 작품 등이 있다. 허나 구성적인 면과 채색에서 차이를 보이며 가장 유사점을 보이는 송암미술관 소장작 <노송영지도>가 80세에 그렸노라 명기한 부분에서, 별도의 기록은 없으나 그림의 필치와 도서낙관 형태로 미루어 제작 연대가 노송영지와는 20여년 정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겸재의 여타 작품 중 큰 편에 속하는 대작으로, 소나무와 영지를 그림에 있어 오로지 수묵으로만 일관해 고고한 멋을 풍긴다. 종이를 방망이로 두들겨 질기게 만든 고급 도침장지에 두 개의 붓을 쥐고 갑옷처럼 두터운 소나무껍질을 그려냈는데, 일률적인 붓놀림 속에서도 먹의 농담을 조율 해 작품에 운율을 담아냈다. 비록 도침장지라 농묵의 강렬함과 필치의 꼿꼿함은 여타 종이에 비해 덜하지만 그 다딤질로 질겨진 종이의 특성 덕에 300년 가까이 완연한 상태로 버텨낸 것이리라.
앞서 언급했다시피 출품작의 제작시기는 겸재의 50대 중기로 추정하는 바, 몸통을 우뚝 세운 풍채의 당당함과 거침 없는 쌍필의 운용에서 의기충천한 50대 겸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최고의 화가라 불리며 예술인생의 방점을 찍은 대 겸재의 <수송영지도>.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화성畵聖 정선이 남긴 귀한 유산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