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1913~1974) - 산월 - Mountain and Moon -51.2☓40.8cm -oil and mixed media on canvas
by 주해2022. 11. 21.
2019-12-11 20:50:41
작품설명
푸른 공간 속에 떠오른 달과 산의 모습. 화면을 대담하게 분할하는 극도로 단순화된 물결.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빚어낸 김환기는 푸른빛을 근간으로 대상의 본질만을 표현한 한국적 추상화를 탄생시켰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군더더기 없이 자연과 사물이 내포하고 있는 그 원형의 정수만을 남겼다. 푸른색의 변주로 표현된 달과 산의 모습, 물결과 등성이마다 포개어진 노랗고 붉은빛, 검은 윤곽선으로 배경과 분리된 곡선의 형태. 각기 존재하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는 이 요소들은 김환기가 추구하는 회화의 깊이를 드러낸다.김환기의 작품은 매우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이 대상의 본질만을 최대한 응축하여 묘사한다.
그러나 그 본질의 형태만으로도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그린 것은 단순한 형태의 묘사가 아닌, 바로 그 속에 내포된 본질과 정신성이다. 백자와 목가구를 수집하고 그리며 즐겼던 김환기의 전통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산과 달, 백자, 물결 등 그가 즐겨그렸던 문인화적 소재로 연결된다. 특히 담백하고 무결한 백자의 멋과 함께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산과 달은 그가 추구하던 예술이자 정신적인 지향점이었다. 격변하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중심을 찾고 우리의 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김환기의 정신은 푸른 화면 속에서 언제나 살아있다.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과 한국적 서정주의. 김환기의 회화를 대표하는 수식어이자, 그의 회화를 표현한 이 한마디는 바로 이 작품을 대변하는 가장 뛰어난 한마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