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生 바친 기업, 물려줄까 매각할까… 세금도 문제로다
제조업과 물류 관련 기업이 밀집한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산업단지. 1970~1980년대 제조업 중심으로 기업을 일궜던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를 앞두고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줄지, 매각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영근 기자
1970년대 말 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설립해 연 매출 500여억원 규모로 키운 A씨는 70대 중반이 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피땀 흘려 키워온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매각하기로 맘을 굳혔다. 하지만 막상 매각하려니 막막해졌다. 제조업이야 누구보다 아는 것이 많고 자신감도 있지만, 매각에 필요한 M&A(인수합병)나 세무·회계 분야는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A씨는 “제조업체를 자식에게 물려줘 봐야 경영이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누구에게,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에 기업을 일으킨 1세대 창업주들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가업 승계와 기업 매각을 두고 고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매각은 증권사나 회계법인에 의뢰하면 실무적인 절차를 진행해 준다. 문제는 기업 소유주가 매각·승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부터 힘들어 한다는 것. 기업인 스스로 매각·승계에 대한 절차·세무·사후 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갖춰야 지시와 질문도 명확하게 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땅집고,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인을 위한 성공적인 가업 승계와 기업 매각 실전 전략’ 강의를 개설한다. 중소·중견기업 오너와 2세, 재무책임자가 실제 승계·매각 작업에 나서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한다. 강의에 나서는 왕태식 NH투자증권 SME부 이사와 김정남 NH투자증권 택스센터장(회계사)에게 가업 승계와 매각 노하우를 들어봤다.
◇“기존 회계자료는 매각용으로 맞지 않아”
기업 환경이 변하거나 자녀가 가업 승계를 원치 않아 매각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인수자’를 찾는 것이다. 왕 이사는 “업종상 시너지가 발생하는 기업을 찾아내 인수를 제안하면 매각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년 전 매각한 B사는 건강기능식품회사다. 매각 주관사는 코스피 상장자인 대원제약이 업종 다변화 목표로 신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B사 인수를 제안했다. 창업주 지분 85%를 총 141억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매도·매수인 모두 만족할만한 딜이었다.
기업 매각 전 증권사·회계법인 등에 의뢰해 재고 자산이나 재무회계 관련한 객관적 자료를 갖춰두는 것도 중요하다. 통상 세무사에게 세무신고를 위한 재무·회계자료만 만들어두는데, 이렇게 만든 자료는 기업 매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인수자가 전문기관을 투입해 실사하면 장부상 자산과 실제 자산가치가 전혀 달라 매각이 무산되는 일도 벌어진다. 왕 이사는 “매도자가 기업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회계 및 재무자료를 만들어야한다”면서 “최대한 확실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인수자로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가 보유한 지분을 여러 차례 나눠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인수자에게 일부 지분만 팔아 최대 주주 자리는 넘기고, 이후 인수자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나머지 지분 가치를 좀 더 높여 매각하는 방식이다.
◇승계는 세금이 핵심...비업무용 자산은 미리 줄여둬야
통상 인맥을 기반으로 입지를 다져온 무역상사나 서비스업체라면 가업 승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업 승계에서 핵심은 ‘세금’이다. 증여세 과세특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일반 증여세율이 최고 50%인데, 특례를 적용받으면 부모가 기업을 경영한 기간에 따라 10~20%의 낮은 세율로 최대 600억원까지 사전 증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회사 영업과 관계 없는 부동산·주식·현금은 업무 무관 자산으로 분류돼 증여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김 센터장은 “사전에 전문가 도움을 받아 과세특례 적용 대상 자산인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분류하고. 업무 무관 자산 비중을 미리 낮춰둬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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