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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도상봉 작품관

도상봉(1902~1977) - 1971년 - 20호 - still life - oil on canvas

by 주해 2022. 11. 17.

2019-02-28 13:10:45

 

 

“ 비슷비슷한 소재이면서도 하나하나가 또 다른 소재로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하나하나의작품에 가해진 시각의 밀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사물, 같은 대상이면서도 언제나 새롭게볼 수 있는 심미안이야말로 처음 대하는 사물, 처음 대하는 대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대상도 그렇지만 특히 정물의 경우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의 파악 이야말로 정물화의요체라 할 수 있다. 이 대상의 관계는 형태와 크기 또는 색채의 상이 함에서 더욱 극명해진다.과일과 기타 오브제를 배열한 도상봉의 일련의 정물들에서 특히 이 같은 대상의 관계성이형태와 크기와 색채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각기 다른 형태와크기를 적절히 배열함으로써 통일 속의 일탈을 꾀하는 점이나 색채의 밀도 있는 대비적속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단연 화면에 생채를 더해준다.

조화로우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을 수반한다.”- 오광수(2002), 『도상봉 작품집』,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도상봉의 작품 주제들은 모두 그의 생활주변의 일반적 소재가 선택되어 남다른 자연미에 대한 감성 및 생활미의 애착이 깊이 반영된 면을 엿볼 수 있다. 대상의 현실감이 강조된 색채표현과 특유의 고요함이 도상봉 유화의 특질을 조성하는데, 정물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그 특질이 크게 드러난다. 작가의 정물화에는  라일락, 국화, 백합, 코스모스 등을 조선시대의 잘 생긴 백자 항아리에 꽂아 그린 것들과 사과, 배, 포도, 토마토, 야채 등에 항아리나 모양 좋은 서양술병, 살담배 파이프 등이 곁들여진 것을 볼 수 있다.특히, 백자항아리는 화폭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도상봉이 높은 안목으로 입수한 것으로 각별히 애장 하여 가까이에 두고 늘 함께하고자 했다. 애정과 높은 감식안으로 수집된 도자기들은 화재畫材로서 여러 가지 꽃들과 함께 혹은 정물과 나란히 배치되어 도상봉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하는데 일조했다.도상봉의 이러한 고전양식은 ‘단정한 형태묘사’, ‘안정감 있는 구도’, ‘차분하고 잔잔한 붓질’,‘그윽하고 환하며은은한 색조’로 아카데미즘의 모범적인 범례로서 보편적 이상미를 가장 잘 담아낸것이었으나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한국미술교육 1세대들의 진보적 활동이 활발해지자 기존의 창작 작업을  사적 차원에서 침잠하고 탐닉하여 관조와 달관에 의해 한층 풍부하고 격조 높은 화풍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71년에 제작된 출품작은 20호의 가로화폭에 달항아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물을 담아냈다.각각의 소재들은 크기가 좀 더 작은 화폭에 단독으로 소재 삼았던 것들이다. 한데 담아내기에는로 상이한 소재들이 기에 개별 특질이 강하지만 예민한 감각으로 크기와 색채의 비율을 맞추어 놓아개성을 잃지 않은 채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두 개의 도자기와 배경을 이루는 흰 천이 화면의주조색임에도 과일과 꽃의 색감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화면 전체를 밝은 분위기로 전환시키고 있는데,작가가 후기에 접어들어서는 이전보다 한결 밝고 건강한 색감을 추구한 점으로 미루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