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60년 음악 공장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의 음악 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83) 서울대 전 음대 학장은 한국 오케스트라의 ‘산증인’이다. KBS 교향악단 악장을 15년간 지냈고, 1980년부터 46년째 KCO를 이끌고 있다. 지금도 악장 자리에서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현역이기도 하다. 그는 31일 인터뷰에서 “한국 음악인들은 독주(獨奏)에는 강하지만 합주(合奏)에는 약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또 “이제 한국은 기교적으로 부족한 점은 없다. 다만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전통이 든든하게 뿌리내릴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붙인 별명도 ‘음악 공장의 공장장’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전 서울대 학장. /조선일보 DB
그의 ‘음악 공장’인 KCO가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았다. 1965년 ‘서울 바로크 합주단’으로 출발했고 2015년 목·금관 편성을 확대해서 현재 이름으로 명칭을 바꿨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형 악단보다 작은 규모를 뜻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대명사로 꼽힌다. “뛰어난 연주력을 갖춘 실내악 앙상블의 등장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음악계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였으며, KCO의 창설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이라는 평이다.
KCO의 ‘음악 공장’은 쉽게 불 꺼지지 않는다. 지난 2019년부터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인 모차르트 교향곡 실황 음반도 최근 출시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당초 2년간 10차례에 걸쳐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2020년 두 번째 연주회 직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2년간 연기되고 말았다. 김 감독은 “악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2022년부터 8차례에 걸쳐서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를 재개했고, 끝나자마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이미 스타트를 끊었고, 오는 2월 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곡 3번 ‘영웅’ 연주회를 포함해서 올해만 6차례의 전곡 연주회가 잡혀 있다. 김 감독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기본이자 뿌리이기에 우리 악단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든셋 ‘음악 공장장’의 발걸음도 다시 바빠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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