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재즈의 전설’은 슬픈 멜로디 쓰며 스스로를 달랬다
블루스를 부르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빌리 홀리데이 노래 앨범 사진. 빌리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슬픈 노래를 작곡해 불렀다. /OneMusicAPI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1915~1959)는 미국의 재즈 가수이자 작곡가다. 억양과 템포를 조절하는 새로운 보컬 형식을 창조하여, 재즈의 전설로 불린다. 그녀는 슬럼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방치 속에서 자랐다. 불우한 성장과 당시 드문 흑인 여성 가수로서 겪는 고난을 노래에 이입했다.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자기 감정과 연관된 슬픈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대표적인 곡이 ‘Gloomy Sunday(음울한 일요일)’다. “나는 그림자와 함께 일요일을 보냅니다”라는 내용의 가사가 축축한 음성과 곡조로 이어진다. 훗날 이 노래는 전 세계 여러 가수가 자기 나라 버전으로 불렀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덩달아 침울해지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편안해진다. 우울할 때 밝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그건 우울증을 잘 모르는 얘기라고 말한다.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하면 짜릿한 기분을 만드는 도파민이나 안녕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등 뇌신경 전달 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게 된다”며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은 이성을 담당하는 뇌피질 영역과 다르기 때문에 슬퍼하지 말라고 이성적으로 주문을 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이 코미디를 본다고 억지로 재밌게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나해란 전문의는 “슬픔에 빠진 뇌는 역설적으로 더 강력한 슬픔을 경험할 때, 뇌 속 깊이 숨겨진 감정의 뇌 영역(변연계)이 자극된다”며 “우울할 때 되레 아주 슬픈 노래나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슬픈 선율이나 노래 가사에 빠져들면, 뇌는 마치 누군가가 자기의 그런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너도 슬프구나~” 하며 서로 공감한다. 같이 울면 서로 슬픔이 치유되는 것과 같다. 지금 우울한가. 홀리데이의 음울한 일요일을 들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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