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살아 숨쉬는 경남 고성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엔 요즘 '인생샷' 성지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닷물에 깎여나간 바위가 밥상다리를 닮았다는 상족암 동굴이다. 동굴에 들어서면 밀려드는 바닷물을 따라 층층이 깎여나간 암석이 사방을 둘러싼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풍광에 끌려 관광객이 몰려든다. 지난달 11일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만난 김명희(36·경남 양산)씨는 "친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상족암 사진에 반해 찾아왔다"며 "남편, 아이와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찍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1억년 신비를 배경으로 '한 컷' - 최근 '인생샷' 명소로 떠오르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군립공원의 동굴에서 한 자매가 즐겁게 웃으며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며 깎아낸 상족암 동굴은 1억년 전 신비를 간직한 중생대 백악기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상족암에 버금가는 고성의 스타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다. 방긋 웃는 듯한 귀여운 얼굴의 상괭이를 최근 고성 앞바다에서 봤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진다. 이날 만난 고성공룡박물관 남진아 학예사는 "박물관 창 밖으로 보이는 자란만에서 상괭이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봤다는 관람객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공룡의 고장'으로 유명한 고성이 상족암과 상괭이, 독수리를 품은 자연 생태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고성 바다에는 상괭이, 하늘엔 독수리, 땅에는 공룡 발자국이 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자연이 손짓한다.
원래 고성 하면 '공룡 발자국'이었다. 1억년 전 고성은 부드러운 뻘과 모래가 쌓인 얕은 호숫가였다. 공룡이 쿵쾅거리고 지나가면 그대로 화석으로 남았다. 1982년 경북대 양승영 교수팀이 상족암 일대에서 발자국을 처음 발견했다. 발견된 공룡 발자국만 8000여점이다. 인근 제전마을 주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밟고 다니던 바위 구멍이었다. 2000년대 후반 상족암군립공원이 정비되고 공룡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작은 어촌은 한 해 백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복원기술연구실장은 "공룡 발자국 수로 따지면 고성은 세계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라며 "다양성, 학술 가치, 보존 상태 등 삼박자를 갖춰 지질생태 연구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고 했다.
상괭이
고성군이 공룡을 내세워 지난 2006년 처음 연 엑스포는 해마다 150만명이 찾는다. 고성군 인구 5만명의 30배다. 그러나 이들이 엑스포 때만 온다는 게 문제였다. 사계절 고성을 찾을 유혹의 스타로 상괭이가 등장했다. 고성 하이면 덕호리 앞바다 2.1㎢ 해역에 10여마리가 사는 것으로 확인되자 고성군은 만세를 불렀다. 지난해 말 해수부가 전국 최초로 상괭이 보호구역을 고성에 지정했다. 고성군과 해수부는 올해부터 5년간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상괭이 캐릭터도 개발한다.
상괭이 인기몰이에 최근 '하늘의 왕' 독수리까지 날개를 펴고 있다. 매해 겨울 500~600마리가 날아드는 국내 최대 독수리 월동지가 고성읍 기월리다. 축산업이 성행하던 1980~1990년대 기월리 초지에서 가축을 길렀다. 가축이 죽으면 초지 위 거름장에 그대로 버렸다. 독수리에겐 먹잇감이 널린 만찬장이었다. 11월부터 3월이면 독수리를 보러 매주 수백명이 기월리를 찾는다. 지난 4월엔 문체부 생태테마관광사업에 고성 독수리 관광이 선정됐다. 예산 2억7600만원을 지원받아 올 하반기 전국 최초로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고 생태를 배우는 탐사대도 운영한다. 1998년부터 고성에서 독수리 먹이를 줘온 독수리자연학교 김덕성(69) 대표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독수리나 철새 관찰은 앞으로 인기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고성군은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 황새, 솔개 등이 사는 대가 저수지와 간사지 갈대습지도 생태관광코스로 묶어 선보일 예정이다.
고성군은 2022년 6월까지 250실 규모로 리조트급 숙박시설을 지어 관광 기초 체력도 보강한다. 그동안 공룡엑스포와 상족암을 구경한 관광객들은 거제나 통영으로 넘어가 숙박했다. 숙박시설은 엑스포가 열리는 당항포 관광지와 상족암 중간쯤에 있는 고성읍 신월리다. 예산 170억원이 들어간다. 백두현 고성군수는 "고성은 대한민국 생태자원이 살아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고장"이라며 "소중한 자원을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살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쉬는 고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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