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풍성한 턱수염과 움푹 파인 눈, 우뚝 솟은 코를 지닌 이 인물은 문관의 옷을 입고 있긴 하지만 도무지 신라 사람 같지가 않다. 경북 경주 용강동에서 출토된 삼국시대의 흙인형으로, 경주 괘릉의 조각상처럼 이국적인 풍모가 보인다. 높이 17㎝인 이 유물의 이름은 ‘서역인 흙인형(토용·土俑)’이다.
‘다문화(多文化)’란 한국 역사에서 21세기에 처음 나온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같은 저 인형의 모델에 대해 ‘직접 보지 않고선 저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랍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지바의 기록에 따르면 많은 페르시아인들이 살기 좋은 머나먼 동쪽 황금의 나라 신라로 가 정착했다는데, 그들은 저렇게 신라 옷을 입고 경주 거리를 활보했을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개막해 내년 3월 20일까지 여는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은 이 인형을 비롯해 253점의 ‘외래계’ 유물을 한자리에서 전시한다. ‘다른 사람과 문화’가 만들어낸 우리 역사 속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중앙아시아산으로 보이는 황금보검, 가야 고분에서 나온 낙타 모양 토기, 고조선 때 중국에서 온 명도전 같은 유물에서, 고대부터 이 땅에서 활발했던 교류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수입품과 ‘외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국산품’의 구분이 어려운 것은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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