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16:58:42
LITERATURE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100인선집 44』(금성출판사, 1977), pl.5.『박수근과 이중섭』(송원갤러리, 1990), pp.26-27.최열,『이중섭 평전 : 신화가 된 화가, 그 진실을 찾아서』(돌베개, 2014), pp.880-881.
작품설명
종이 위에 화면 가득 채색된 이중섭의 유화 작품이다. 거칠지만 빠른 필체로 속도감이 느껴지는 붓질에는 작가 특유의 소묘 기법이 바탕 된 신체 표현의 능숙함이 느껴진다. 이중섭은 종이와 은지위에 연필, 잉크, 크레용, 수채, 유채 등을 활용한 다양한 재료 기법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표현했다. 특히 이러한 매체를 사용해 표현한 인물은 주로 작가 자신이거나 가족을 그린 도상들이 많다.다수의 종이 채색화, 소묘 또는 은지화의 경우 선묘 기법을 통해 대상이 강조된 도드라진 윤곽선이 등장한다. 한편, 이번 출품작에서는 선적인 강조보다 인물과 바탕의 색감이 같은 톤으로 유지돼 전체적인 화면에 대상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강하게 터치된 물감칠을 통해 과감하고 역동적인 동세의 표현이 도드라지며 유연한 신체의 곡선적 움직임이 돋보인다.
화면 중앙에 엉덩이를 쳐들어 올린 사람은 굽어진 무릎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허벅지와 엉덩이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 위로 우측에는 바닥으로 머리를 향해 거꾸로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과감하게 사선으로 뻗어 벌어진 다리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측면에는 편한 자세로 앉아 벽에 기댄 듯한여인이 보이며 무릎 위에는 거대한 물고기가 올려져 있다. 인물보다 좀 더 밝은 색채로 표현된 새와물고기는 화면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데, 날개 쳐 오를 듯한 새와 화면 밖을 향해 날아가는 작은새의 형상은 직선적인 붓질로 표현됐다. 작품 속 인물들과 새, 물고기는 각기 다른 채색과 표현을통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종이 회화에 공간감을 형성해 입체감을 더 하고 있다.
물고기와 게 등 바닷가와 어울리는 주제의 도상들은 이중섭이 가족들과 함께 1951년 1월부터 12월 사이 머물렀던 서귀포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에서 주로 등장한다. 이때 당시 이중섭의 가족들은 서귀포 동산마을에서 거주하며 해초를 따거나 게를 잡아먹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이후 1951년 12월 가족을 이끌고 부산으로 이주한 후에도 여전히 생계의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은 일본으로 떠났다.
이후 이중섭은 그리운 가족들을 떠올리며 편지화를 보내거나,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종이나 은지 위에 가족들과 어울리던 시절을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이 제작될 무렵은 가족들을 일본으로 보낸 이후 서울 개인전에서 충분히 작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대구에서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마지막 희망과 염원을 갖고 작업에 몰두하던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