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5 12:02:20
찢기고 접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은지 위에 이중섭 특유의 자유로운 선묘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예리한 필촉으로 눌러 묘사한 인물의 형태는 담뱃진이나 안료를 칠하고, 닦아내는 과정을통해 은지 위에 색이 은은하게 나타난다. 이중섭의 은지화는 주로 아이들과 가족의 모습을 담고있다. 그 이유는 작가가 제주를 거쳐 부산과 통영으로 피난했던 과정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냈고, 그로 인해 가장으로서 가족을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애틋함, 그리움을화폭에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출품작의 하단에는 팔을 머리 위로 늘어뜨리고 목을 뒤로 젖힌 여인의 모습이 포착된다. 여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마치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려는 듯 다리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표정과 함께 한 손으로는 반대편 팔꿈치를 잡고 또 한 손으로는 곡선을 그린 긴 머리를 잡고 있다. 반대편에는 팔을 쭉 뻗고 제법 긴 다리를 치켜들고 발을 내딛는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여인에 비해 더욱 역동적으로 취한 자세에서 운동감이 느껴지며, 무언가를 잡기 위해 활짝펼친 손에서는 작가의 세밀한 묘사가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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