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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드라투르, 신생아, 1640년대, 캔버스에 유채, 76 x 91 cm, 프랑스 렌느 미술관 소장 .....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by 주해 2024. 12. 24.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2]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2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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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드라투르, 신생아, 1640년대, 캔버스에 유채, 76 x 91 cm, 프랑스 렌느 미술관 소장

어두운 밤, 갓 태어난 아기를 유리알처럼 맑게 씻겨 속싸개로 곱게 싸서 살포시 안았다. 곤히 잠든 아기를 바라보는 두 여인의 눈빛이 촛불보다 따뜻하고, 아기를 감싸안은 두 손과 촛불을 가린 손길은 밤공기보다 조용하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라투르(Georges de La Tour·1593~1652)는 이처럼 사위가 어두운 가운데 빛나는 불빛 효과를 탁월하게 그려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극적인 명암 대비로 바로크 시대 회화의 전형을 이룩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지만, 카라바조의 조명이 격한 감정과 충격을 자아낸다면, 드라투르의 빛은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프랑스 왕실과 귀족들에게 주문을 받기도 한 드라투르는 예수의 생애나 성인들의 행적을 주제로 한 종교화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을 담은 장르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나 종교화와 장르화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드라투르의 성화(聖畫) 속 예수는 고귀하되 엄격하다기보다는 소박한 모습으로 그려졌고, 장르화에 등장하는 이름 모를 일반인들은 생생한 삶의 현장에 있더라도 결코 천박하거나 초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 신생아 또한 예수인지 예사로운 여느 집 아기인지 명확지 않다. 만약 이것이 성탄 장면이라면 붉은 옷의 젊은 여인은 성모 마리아, 초를 든 여인은 성모의 어머니인 성 안나일 테지만, 서양 미술사에서 예수 탄생 장면에 이 둘만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장르화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대단히 성스럽지 않은가. 어쩌면 드라투르는 새로 태어나는 모든 생명이 이처럼 성스럽고 고귀하며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