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추사 김정희(金正喜 : 1786~1856) : 시고(詩稿) : Poem : ink on paper, printed on paper : 28.8☓123.2cm (each) : 경성미술구락부 경매 도록 : 18.1☓26.0cm

by 주해 2022. 12. 2.

2020-12-13 13:31:54

 

 

 

秋水爲神玉爲骨 맑은 가을 물을 정신으로 옥을 뼈로 삼으며,

詞源如海筆如椽 문장은 바다와 같이하고 글씨는 서까래처럼 웅장하다

 

출품작은 추사 김정희의 행서 대련이다. 50대 이후에 주로 사용했던 ‘완당阮堂’이라는 호를 남긴 것으로 보아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시구로 볼 법하다. 제주에 유배되어 온전하게 학문에만 정진하던 때, 맑은 가을 물 같은 정신과 옥을 뼈로 삼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해나갔던 추사의 정신세계는 물론 필치의 성숙이 물씬 묻어나는 듯하다.해서의 단정한 자형과 비교적 일정한 글씨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필획의 비수가 자유분방하며 날카로운 삐침 등은 행서의 성격을띠고 있어 서체 형식을 넘나드는 추사의 경지를 짐작케 한다. 이러한 추사 글씨는 파격을 거듭하면서 후대에 회자되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추사체의 밑바탕이 되는 것 일테다.출품작은 1941년 경성미술구락부경매 도록에 실려 있으며, 현재까지도 함께 전하고 있다.

언젠가 이 작품이 경매를 통해 새로운 수장자를 찾아 갔고, 이 후 여러 손을 거쳐 오늘 날 이 경매에 다시 출품된 셈이다. 사족으로 함께 전하는 경매도록에는 낙찰금액으로 추정되는 370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사실이라면 당시 꽤나 높은 기록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작품이 보관되어 있는 함에는 ‘완당선생 행서대련 소전 손재형 삼가 제첨함’이라 적혀 있으며, 호암 이병철의 생가에는 이 작품을 판각한 주련이 전하고 있어 많이 사람들의 안복을 누리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