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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근현대 미술

티몰레옹 마리 로브리숑 : 장난감 가게 진열장 : 1870년대 : 캔버스에 유채 : 112×84㎝ : 개인 소장

by 주해 2022. 12. 15.

2021-12-21 08:21:37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8]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8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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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몰레옹 마리 로브리숑, 장난감 가게 진열장, 1870년대, 캔버스에 유채, 112×84㎝, 개인 소장.

1885년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다른 화가가 그린 어린이 그림을 언급하면서 ‘전성기 로브리숑에 견줄 만하다’고 했다. 당시 프랑스 화가 티몰레옹 마리 로브리숑(Timoléon Marie Lobrichon·1831~1914)은 무엇보다도 아기와 어린이의 모습을 현실적이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화가로 온 유럽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작품 중 수많은 복제품을 낳은 그림이 바로 이 ‘장난감 가게 진열장’이다.

쌀쌀한 겨울날, 북적이는 거리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장난감 가게에 눈을 빼앗겨 걸음을 멈춘 이들이 있다. 과연 가게는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차려 입은 어여쁜 인형들과 커다란 말이 끄는 정교한 마차 등 누구라도 깜빡 넘어갈 만한 상품으로 가득 찼다. 가게를 들여다보는 이들은 저마다 원하는 걸 찾는 눈치지만, 주인공은 단연코 두 손과 코가 납작해지도록 유리문에 바짝 붙어 선 가운데의 여자아이다. 위를 향한 두 눈동자를 보니 틀림없이 가게 천장에 매달린 무언가를 갖고픈 모양. 야무지게 다문 입술과 빳빳하게 힘을 준 양손에서 저 장난감을 언젠가 반드시 ‘득템’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 정도면 그냥 바라는 게 아니라 마음속으로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로브리숑의 그림에서는 이처럼 어른의 눈으로는 마냥 천진해 보이는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 욕심과 기대와 상상력이 투명하게 드러나, 그림 한 장에서 마치 동화 한 편을 본 것만 같다.

관람자는 그림 밖에 있지만, 가게 안에 선 시점이다. 내가 주인이라면 저 꼬마가 원하는 걸 그냥 줄 수는 없겠으나 다른 손님이 먼저 사가지 못하도록 잠시라도 숨겨두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