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운데 둥근 수박이 통째로 놓여 있고, 그 주위로 저마다 달리 잘린 수박 여섯 덩어리가 모여 있다. 가운데 수박 껍질은 짙푸르나, 그 오른쪽 수박은 노란 기운이 많아 흐릿하다. 반으로 자른 수박은 흰 섬유질을 따라 점점이 박힌 씨앗이 영롱하고 속살이 새빨간 걸 보니 푹 익어 무르게 생겼는데, 꽃처럼 자른 수박은 씨가 없이 부드러워 영글기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수박조차도 모아놓으면 이렇게 생김새와 숙성 단계가 다른데, 인생은 어떻겠는가. ‘비바 라비다(Viva la Vida)’, 즉 ‘인생 만세’라는 제목의 이 정물화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1907~1954)가 47세로 요절하기 직전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다 칼로, 비바 라비다, 1954년, 섬유판에 유채, 59.5×50.8㎝, 멕시코시티, 프리다 칼로 미술관 소장.
프리다 칼로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고, 10대 때 당한 교통사고는 골반과 척추뼈를 으스러뜨렸다. 두 팔을 빼고는 온몸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묶여 지내야 했던 수개월 동안 칼로는 천장에 매달아 둔 거울을 통해 자기를 바라보며 누운 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결혼과 이혼, 재결합과 수차례 유산 등 폭풍 같은 삶을 살면서 칼로는 뉴욕과 파리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며 화가로 명성을 쌓았지만, 무너지는 몸을 의지와 열정만으로 지탱할 수는 없었다.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칼로는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해 잠을 자듯 버텼다. 따라서 혹자는 칼로가 죽기 직전에 이미 이전에 그려둔 그림을 꺼내 제목과 연도를 덧붙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최후 작품은 이 그림이 아니라, 그 모든 불운과 아픔을 향해 보란 듯 날리는 당당한 메시지, ‘인생 만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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