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13:49:11
작품설명
출품작은 쇠뿔을 얇게 저며 안쪽 면에 석채로 무늬를 그린 뒤 소나무로 된 함에 덧붙여 장식한 화각함이다. 화각기법은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까다로운 제작 기법으로 인해 많은 공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주로 왕실 또는 상류층 부녀자들이 사용하거나 고급 혼수로 제작되었으며, 전하는 수량이 많지 않다. 각 면에 배치된 화각들은 방형으로 자르고 그 경계선에는 상아를 얇게 세공하여 박아 넣었으며 상단 모서리는 경사를 주고 대모로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앞면에는 벽사의 의미를 지닌 호랑이와 용이 덮개까지 이어져 자리하고, 측면은 삼분할된 각지에 사슴과 거북이 등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동물들과 매화와 모란 등 길상적인 성격의 꽃을 함께 배치해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시켰다. 천판에는 학이 봉황으로 변천하는 과정이 상서로운 구름에 둘러싸여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있다.
동물의 깃이나 털, 식물의 잎맥까지 구체적으로 선묘했으며, 문양을 이루고 있는 백ㆍ적ㆍ황ㆍ녹색 등의 다채로운 색채가 비교적 선명하게 전해지고 있다. 화각함은 접합한 뿔이 풍화되거나 박락되기 쉬워 장기간 보존하기 어려운 편인데 출품작은 그 상태가 온전히 전해지고 있어 매우 귀하다 할 수 있다. 뻗침대와 경첩도 단정한 형태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되어 고상한 조선시대의 고급문화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