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11시
1951년 4월 24일 영연방군에 배속된 캐나다 부대는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중공군과 1박 2일간 백병전을 벌였다. 450명이 서울로 진격하는 중공군 5000명의 남하를 저지했다. 여기서 중공군을 막아내며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 캐나다 하원이 참전을 결정하자 전국에서 자원 입대자가 밀려들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청년들이 2주 넘게 기차를 타고 미국 시애틀에 온 뒤 다시 2주 가까이 미군 수송선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총 2만6791명이 참전했다. 당시 캐나다 전체 병력의 절반이었다.
▶국제사회에서 6·25 전쟁은 한동안 ‘잊힌 전쟁’이었다. 미국의 6·25 영웅 웨버 대령은 6·25를 ‘다섯 문단 전쟁’이라 불렀다. 미 고교 교과서에 이 전쟁을 다룬 대목이 다섯 문단이었다. 생존한 참전 장병에게 한국은 한동안 죽음, 공포의 땅이었다. 생존 장병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세계 유일 유엔군 묘지다. 1951년 유엔사가 전사자 안장을 위해 조성했고, 1959년 한국 정부가 유엔 측에 기부했다. 캐나다 참전 군인 381명을 비롯해 11국 2315명이 잠들어 있다. 관리도 11국이 함께 맡는다. 영국의 경우 전사자가 1078명인데 80%가 넘는 889명이 이곳에 묻혀 있다.
▶11월 11일인 어제 오전 11시 정각.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사이렌이 울리자 700여 명이 묵념했다. 같은 시각 미국 4개 도시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용사들을 기리는 ‘턴 투워드 부산’ 행사였다.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2007년 시작됐다. 2008년부턴 한국 정부 기념식이 됐고, 점차 참여국이 늘어 지금은 파병국 대부분이 함께한다. 11월 11일은 원래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자 영연방 국가들의 현충일이다. 1918년 연합군은 전쟁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기억하기 쉽도록 11이 세 번 겹치는 ‘11월 11일 11시’를 종전 시점으로 정했다.
▶부산에 잠든 2315명 가운데 14명은 2015년 이후에 안장됐다. 2010년부터 본격화한 보훈처의 초청 사업으로 한국을 다녀간 뒤 “죽으면 부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사람들이다. 방한 일정 마지막이 유엔기념공원 방문이다. 한국의 발전상과 묻혀있는 전우들을 보고 나면 대부분 자신도 부산에 묻히겠다고 결심한다고 한다. 이들이 죽어서도 대한민국을 지켜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턴 투워드 부산'이 열린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전몰장병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가족들과 이동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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