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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문화 . 시사

3월 26일, 그 우울한 날.....

by 주해 2022. 12. 22.

2022-04-02 10:46:49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3월 26일, 그 우울한 날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3월 26일, 그 우울한 날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3월 26일, 그 우울한 날 아무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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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복을 입은 여인과 그 무릎에 안기고 곁에 선 두 사내아이의 사진 한 장. 그 사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할 계획으로 망명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떠나며 동지 정대호에게 부탁하여 진남포에 거주하는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을 하얼빈으로 데려오도록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으로 만나고 작별을 준비하고자. 그러나 이들은 의거 다음 날에야 도착하는 바람에 가족 상봉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이들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일본 경찰이 세 모자(母子)를 일본 영사관으로 연행해 찍은 사진입니다. 안중근 의사를 안타깝게 여긴 뤼순 감옥 관리가 사진을 비단으로 만든 사진첩에 정성스레 담아 전달하였고,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 때까지 이것을 품속에 간직하며 수시로 꺼내 보았을 사진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112년 전 뤼순 감옥에서 만 30세로 사형을 집행당해 순국하신 날입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지 불과 40일 만입니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다가 받은 형벌이니 항소하여 일본에 목숨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당당히 죽으라는 어머니의 당부로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안중근 의사는 일본 관헌들의 부탁으로 유묵을 200여 점 써주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안 의사를 존경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 가운데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 永遠之樂·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라는 유묵이 있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그의 신앙 고백을 스스로를 위로하며 썼겠지요.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와 아내 등에게 이승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천당에서 만나 즐거운 얘기를 나누자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