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 목소리 높던 백제 불상, 95년 만에 한국 전시 나왔다
백제 7세기 중반 '금동관음보살 입상'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기획전에 전시된 모습. 높이 26.7cm. /허윤희 기자
일본으로 건너간 7세기 백제 불상이 95년 만에 고국 땅에서 전시됐다.
25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언론에 공개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선 뜻밖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계란형 얼굴에 옆으로 긴 눈과 곧게 뻗어내린 날렵한 콧날. 얼굴 전체에 미소를 머금은 백제 ‘금동관음보살 입상’이다. 일본으로 반출된 이 불상이 1929년 대구에서 전시된 지 95년 만에 국내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높이 26.7㎝. 머리에는 부처를 모신 보관을 썼고, 왼손에는 정병을 든 관음보살상이다.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은 얼굴에서 젊은 청년이 연상된다. 이승혜 호암미술관 책임연구원은 “날렵한 허리와 살짝 비튼 골반이 자아내는 몸의 선이 아름답다”며 “청년의 얼굴과 여성의 몸이 지닌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섞은 자태는 백제의 장인이 도달한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백제 7세기 중반 '금동 관음보살 입상'을 세밀하게 소개하는 5분짜리 영상.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1층 로비에서 볼 수 있다. /허윤희 기자
이 불상은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금동관음보살 입상’ 중 하나다. 한 점은 국보로 지정돼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이 불상은 일본인 수집가 이치다 지로가 사들여 일본으로 반출했다. 정확한 반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일본의 개인 소장자가 이 불상을 갖고 있다고 공개해 화제가 됐다. 당시 국내 대표적인 불상 전문가들이 모인 평가 회의에서 불상의 감정가가 42억원이라는 결론을 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구입 금액으로 제시했지만, 소장자 측이 3배가 넘는 150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준비 초기부터 이 불상을 빌려오려고 소장자 측과 접촉했다가 막판에 성사됐다”고 밝혔다.
왼쪽은 일본 혼가쿠지 소장 조선 15세기 '석가탄생도', 오른쪽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 한 세트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두 불화가 나란히 전시됐다. /호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