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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도상봉 작품관

도상봉 1958년 8호 코스모스

by 주해 2022. 11. 5.

2016-09-14 00:05:59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도상봉만큼 ‘위대하고 고귀한’ 양식으로 수립된 고전주의를 미술교육 이념으로 삼고 아카데미즘의 한국적 정착과 개척에 투철했던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는 고전주의와 아카데미즘을 서양화의 근본이며 정통으로 보고, 이를 통해 한국 근대미술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시민사회의 모럴과 감성을 순화시키고자 했다. 해방과 함께 새로 태어난 한국 미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그의 노력은 ‘민족문화 건설의 모태’로 생각했던 국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1950년대 전후의 한국 화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보편적 이상미의 추구와 함께, 일반인들이 그림에서 마음의 평정과 즐거움을 찾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안식을 주는 품을 그리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가 모색했던 특유의 안정감있는 구도와 온화한 색조에 의한 서정적 고전양식은 아카데미즘의 모범적 범례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해방공간과 6.25전쟁으로 야기된 각박하고 고단했던 시절의 사람들에게는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위안과 행복을 주었다. 도상봉이 화가로서 평생을 바쳐 가장 즐겨 그렸던 제재는 꽃과 조선조 백자와 고적지 풍경이었다. 그는 자신이 꽃보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예부터 인간은 누구나 꽃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동경해 왔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감성을 부드럽게 하고 우리들 심정에 더 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꽃 중에서도 라일락을 즐겨그리는 것은 백자와 같은 오묘하고 부드럽고 은은한 빛깔 때문이라 하였으며, 특히 조선조 백자가 보여주는 유백색의 변화감은 신비한 기쁨과 함께 한국적 정취와 멋을 풍겨준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그는 작품의 제재가 품고있는 우아하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지고지순한 가치를 지닌 이상미로서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진리와 동질의 개념으로 간주했으며, ‘미(진리)를 탐구하기위해 그림을 그린다’고했던 것으로 보아 주관적인 감정표현 보다는 보편적 차원에서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도상봉은 일상의 평범한 대상들을 정신적인 호흡으로 기품있게 끌어내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 그러한 대상에는 자연에 대한 그의 관조적 시각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  <코스모스> 역시 이러한 도상봉의 전체와 균형, 중용이라는 미학세계가 충만 되어 있는 수작이다. 코스모스는 우리나라의 가을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꽃이다. 가을의 풍요로운 햇살처럼, 코스모스 또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풍요롭게하는 소재임에 틀림이 없다. 흐드러진 듯한 꽃들이지만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한결 같은 우리의 민족적 자부심과 일맥상통 하는 듯 하다. 일정한 각도에서 번져 나오는 빛과 그림자, 그 속에서 코스모스가 품위 있게 피어나 있다. 배경의 균일하고 밀집된 물감의 자욱들이 단단한 밀도와 활력으로 대상을 더욱 가시화 시킨다.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구도와 미묘한 색조의 변화는 정물의 생명감을 충만하게 해주며 대상에 대한 작가 특유의 관조를 보여준다.

 

 

참고문헌

「도상봉의 작가상과 작품성」, 홍선표(이화여대 교수, 한국근대미술사학회회장)

「엄격한 객관적 표현과 무게 있는 색조 분위기」, 이구열(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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