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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노란 들판, 일곱 빛깔 무지개… 마음의 눈에도 세상이 담기네

by 주해 2023. 11. 11.

노란 들판, 일곱 빛깔 무지개… 마음의 눈에도 세상이 담기네

 

노란 들판, 일곱 빛깔 무지개… 마음의 눈에도 세상이 담기네

노란 들판, 일곱 빛깔 무지개 마음의 눈에도 세상이 담기네 명작 속 의학 84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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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년)는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다. 그는 11세에 왕립 아카데미 학교에 입학한 최연소 학생으로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훗날 그림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당시에 가장 부유한 예술가로 꼽혔다.

존 에버렛 밀레이가 1856년에 내놓은〈눈먼 소녀〉. /영국 버밍엄 미술관 소장

<눈먼 소녀>는 그가 스물다섯 살 때 영국 윈첼시 지방 근처에 머무는 동안 실제 모델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자매로 추정되는 언니와 여동생이 등장한다. 언니의 목에는 ‘눈이 먼 불쌍한 아이’(Pity a Blind)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시각 장애인이다. 남루하게 헤진 옷차림과 무릎 위의 손풍금으로 보아 거리의 악사로 생활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둘은 소나기가 지나간 후 노란 들판 위 짚 더미에 손을 잡고 앉아 있다. 동생은 고개 돌려 쌍무지개를 바라보고 있고, 언니는 온화하게 눈을 감으며, 대지의 흙 내음과 신선한 공기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그림 에세이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의 저자 이재호 계명의대 해부학 교수는 “망막에 상이 맺히지 않아도 마음의 눈에는 세상이 담긴다”며 “그녀는 눈 대신 마음으로 평화로운 들판과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앞을 못 보는 소녀를 통해 되레 눈뜬 사람들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웠다고 평론가들은 평한다. 그림은 당대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꾼 작품이기도 하다.

흔히들 ‘눈뜬 장님’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벙어리 냉가슴’ 등의 표현을 하는데, 실은 눈 감은 사람이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입 닫은 사람이 더 의미 있는 말을 내놓고 있을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봐야 진정한 세상이 보인다는 것을 <눈먼 소녀>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