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미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그동안 대표 미술 시장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홍콩의 명성이 정치적 불안과 코로나 유행, 높은 임대료 등의 여파로 쇠퇴하자 미술 시장 ‘큰손’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앤디 워홀과 로이 릭턴스타인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해온 세계적인 화상(畵商) 타데우스 로팍이 오는 10월 서울 한남동에 자신의 갤러리를 오픈하는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홍콩을 염두에 뒀던 로팍의 선택은 서울이었다”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 거점을 유명 갤러리인 갤러리 쾨닉도 도쿄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갤러리를 지난 4월 서울 청담동에 열고, 기존 도쿄 갤러리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거점 기능을 가져왔다. 내년부터는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적인 미술 장터로 꼽히는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도 열리게 된다.
오랫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 미술 시장이었던 홍콩의 쇠퇴는 반정부 시위와 국가보안법 제정 등 정치적 불안과 코로나 확산의 여파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시위와 팬데믹으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아트바젤은 지난해 행사를 취소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뒤에는 감시와 검열이 강화되고 있다. 홍콩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은 홍콩 정부로부터 ‘반중(反中)’ 예술로 간주되는 전시물을 상영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고, 실제 이달 초 천안문 사태 32주년 추모 전시가 ‘무허가 전시회'라는 당국의 경고로 폐관되기도 했다. SCMP는 “앞으로 갤러리들도 홍콩에 진출하는 것에 적잖은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고질적인 높은 임차료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페이스 갤러리의 서울 지점의 이영주 선임이사는 SCMP에 “서울은 홍콩보다 임차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수집가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