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미술/박수근 작품관

박수근(1914~1965)-노상의 사람들-30.0☓27.4cm -oil on masonite -1962

by 주해 2022. 11. 20.

2019-08-31 16:06:14

 

 

“ 박수근의 소재적 범주는 일상에서 출발된 것이고 그것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평생가난한 자신의 이웃을 모델로 그렸고 그들의 삶의 진실을 화폭에 담으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박수근은 리얼리즘에서 출발한 예술가이고 그 정서에 있어서는 이를 결코 벗어나지않았다. 여기서 리얼리즘이란 객관적 묘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쿠르베가 리얼리즘을제창하였을 때의 그 원래적 의미로서 ‘당대의 진실을 묘파함’을 말한다.”-

오광수(2006), 『시공아트 028 박수근』, Sigongsa

박수근과 활동을 같이 했던 20세기 초·중반의 작가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다녀온 작가들이다. 그러나 박수근은 독학으로 미술을 배워나갔다. 작품을 제작하기에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화가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고, 18살이 되던 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면서 화가로 데뷔하였다. 데뷔 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자 했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져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출품한 "집"이 특선을, "노상에서"가 입선 하면서 다시금 화가로서 두각을 나타냈고 안정적으로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박수근은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대상을 묘사하지 않고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보편적인 정감을 화폭에 담아냈다.

사조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우리나라 옛 석물의 질감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2차원의 평면에 재현하고자 애쓰며 묵묵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다듬어나갔다. 소박한 인물과 낯익은 풍경을 소재로 삼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점차 대상이 뚜렷해지고 특유의 재질감과 단순한 형태가 원숙해져 독자적인 조형성을 이루기 시작했다.수수한 질박미를 인정받고, 그의 예술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1960년대에는 고유의 화강암질 기법과 표현적 내면성이 절정에 달함과 동시에 이단 구성, 인물의 다양성, 절제된 색채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특징은 자신의 예술관에 따라 일상의 풍경을 화폭에 옮겼던 작가가 배경을 생략하는 화면구성을 선호한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배경의 생략은 장소와 시간을 특정 짓는요소를 제거하여 본질에 집중하게 할 뿐 아니라 구도의 자유로운 구사를 가능하게 해 일관된 소재 사용에도 다채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배경의 생략으로 화면 전체를인물에 온전히 할애할 수 있게 되고, 제약이 사라진 화면에 다양한 인물들을 한데 담아내게 되면서 이단 구성을 활용하여 화면을 정리하고, 각 인물들의 특성을 고려한 색상의 사용이 연달아이루어졌을 것이다.정방형에 가까운 30cm 가량의 화폭에 일곱 명의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 출품작은 배경의 생략이가져온 연속된 특성이 담겨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위·아래로 나누어 자리하고 있으며,다양한 색상이 확인된다.

인물들은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자와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남성들, 소쿠리를 앞에 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들로 무리지어 구성되어 있다. 따로 또 같이한데 묘사된 이들은 무리별로 상대적 개념을 지닌 채 어우러져 있어 화면 뿐 아니라 내용의 풍부함까지 갖추고 있다.“ 박수근의 인물은 움직임과 멈춤을 하나로 통일시킨 극단의 형상이다. 움직임이 사라진 채방향만 남아 있다. 시장터를 향해 걸어가는 아낙네나 좌판을 벌여놓고 손님을 기다리는사람들, 수레를 세워두고 길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청소부의 몸짓을 보면 고요하지만그 고요함은 기다림을 동반하고 있는 긴장의 연속이다. 박수근은 그 멈춤 속에 숨어 있는움직임을 발견했고 자신의 화폭 속에 그것을 긴장의 적막으로 그려냈다. 그것은 자신의 말대로 고난의 길에서 희망을 향해 인내하는 사람, 다시 말해 곧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최열(2011),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 Maroniebooks출품작이 제작된 1962년, 박수근은 연내 지속적으로 국내 뿐 아니라 홍콩과 필리핀 등 해외에도작품을 출품하였고 심사위원 및 추천작가 자격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참여했다.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이 해 4월, 밀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결점을 발견하면 솔직하게 일러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비슷한 주제를 끊임없이 다루면서도 구도와 구성을 언제나 달리 할 수 있었던 풍부한 조형적 저력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데서 기인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

oil on wooden board

13.8×8.4cm

1964

나물 캐는 소녀들

oil on hardboard

15.1×19.5cm

1961

노상

oil on hardboard

28.5×12.5cm

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