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 8개월 개근한 세친구
경남 중·고 동창인 60년 지기들, 주2회 밤 9~10시까지 자리지켜
"친구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 양 前원장도 의지가 된다고 해"
20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지난 3월 시작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46차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최대 법정인 이곳 방청석은 150석에 달한다. 하지만 재판 초부터 일반인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몇몇 취재진을 제외하고 법정은 늘 텅 빈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다. 이날도 검사만 10여명 나왔고, 법정은 거의 비어 있었다. 방청객보다 검사가 많은 흔치 않은 재판이다.
그런데 이 재판을 8개월간 거의 빠짐없이 지켜보는 '개근 방청객' 세 명이 있다. 모두 70대로, 두 명은 늘 단정한 양복 차림이고, 한 명은 등산복 차림이다. 다름 아닌 양 전 대법원장의 부산 경남중·고 동창인 '60년 지기(知己)'들이다. 이날도 이들은 평소 복장 그대로 법정에 나왔다. 등산복 차림 인사는 등산 애호가인 양 전 대법원장의 평생 '등산 단짝'이라고 한다.
매주 2회씩 열리는 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밤 9~10시쯤 돼야 끝난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거의 다 자리를 지킨다. "친구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이유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들은 "우리 넷은 경남중에 4·19가 있던 1960년 입학해 경남고까지 같이 다녔다. 지금도 우리 넷이 가장 친한 사이"라며 "이 나이에 친구를 매주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한 번도 방청석에 나오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가족들에게 방청을 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있는 날이면 다른 두 전직 대법관이 아닌 이 '60년 지기'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휴정 시간에도 이들과 자주 담소를 나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양 전 원장이 학생 때부터 강골이었는데, 한번은 '너희가 재판에 늘 와줘 의지가 된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혹시라도 우리가 재판부에 안 좋은 인상을 줄까 봐 매사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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