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티보 2011년 작 ‘진열장 안의 케이크’(183x122㎝). /ⓒWayne Thiebaud
당 떨어질 때, 후식(後食)이 있다.
만찬은 아니어도 행복의 완성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 미국 화가 웨인 티보(1920~2021)는 평생에 걸쳐 케이크·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 정물화를 그려왔다. “그간 그림 소재로 취급받지 못한 것을 찾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한 큐레이터(마리아 프라터)의 표현처럼 훗날 “그림을 핥고 싶을 정도”의 대가가 됐다.
삶이 언제나 달콤할 수는 없었고, 가난한 10대 시절 식당에서 일하며 그림을 그렸다. 만화가를 꿈꾼 소년은 디즈니 스튜디오 수습 직원이 됐다. 전쟁이 터졌다. 공군 공보 부서에서 포스터를 제작했다. 화가가 된 건 마흔 무렵. 인생의 쓴맛을 본 뒤, 어릴 적 식당에서 숱하게 나르던 디저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1962년 뉴욕 첫 전시에서 모든 작품이 팔려나갔다.
‘진열장 안의 케이크’(2011)는 말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화가가 “고독한 공존”이라 칭했듯 그러나 케이크는 어딘가 쓸쓸해보인다. 다분히 현대적인 이 고독은 어쩌면 끝내 자기 입맛을 고집하는 자들을 위한 것인지 모른다. 이 그림은 그의 나이 99세 당시 약 100억원에 낙찰되며 개인 경매 최고 기록을 썼다. 디저트 애호가였으나 티보는 장수했고, 인생을 오래 음미하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