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카풀 갈등' 1년간 방치… 결국 수만 명 택시기사 거리로
'카카오 카풀' 반대해 대규모 시위 "정부가 강력히 규제하라"
법인택시 대부분 참여 안해… 서울 등 '출퇴근 택시 대란' 없어
택시 기사 7만명(주최 측 추산)이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IT 기업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전국 택시 기사(27만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집회에 참가한 기사들은 18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 택시 운행도 중단했다.
광화문광장 가득 메운 택시기사들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택시 기사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주최 측 추산 7만여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택시 기사들은 IT기업 카카오가 출시할 예정인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며 정부에 단속을 촉구하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 4개 단체는 이날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택시 기사들이 연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승용차 함께 타기와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의 불법 영업행위'라며 '정부의 단속과 규제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 16일부터 카풀 서비스에 참여할 운전자를 모집하고 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자가용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IT 대기업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게 어떻게 4차 산업이냐"고 했다.
택시 기사들은 광화문광장 주변 왕복 12개 차선 중 6개 차로를 점거하고 1시간 30분간 집회를 진행했다. 이후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운행 중단에 동참하지 않은 택시가 지나가자 야유를 퍼붓거나 빈 페트병을 던지기도 했다. 주최 측은 애초 택시 500대를 동원, 광화문 일대를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저속 주행 시위'도 계획했으나 경찰이 제지해 무산됐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개인택시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때 권리금으로 1억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권리금이 폭락할 거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
운행 중인 택시에 항의 -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18일 운행 거부에 나선 한 택시 기사(왼쪽)가 영업 중인 다른 택시를 향해“왜 동참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기사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 택시 운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납금(택시회사가 기사에게 차를 빌려주고 받는 돈)을 내야 하는 법인택시 기사 상당수가 운행 중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출·퇴근길 택시 대란이 일어난 지역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택시는 거의 정상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경우 전체 택시의 약 90%인 1만3000대가 운행 중단에 동참했지만 출근길 불편 접수는 5건뿐이었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택시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는 카카오에 항의하는 뜻에서 택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인 '카카오T'(구 카카오택시)를 끄고 운행하기도 했다. 본지가 이날 오전 7시 30분 카카오T를 통해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여의도로 가는 호출을 했지만 10분이 넘도록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빈 택시가 1분에 3~4대꼴로 지나며 손을 흔드는 손님을 태웠다. 택시 기사 정재봉(62)씨는 "집회에는 참석할 수 없지만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는 반대하는 뜻에서 몇몇 동료와 함께 오늘 하루 카카오T를 끄고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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