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한센병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봐 '소록도 천사'로 불린 마가레트(왼쪽)와 마리안느 간호사. 마가레트 간호사가 9워 29일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선종했다. /김연준 신부 제공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89)씨와 함께 39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2005년 모국 오스트리아로 조용히 귀국해 큰 울림을 줬던 ‘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피사렛(88) 씨가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善終)했다. 2016년 소록도성당 주임 시절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레트’를 설립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했던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는 30일 “명절 인사차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레트’ 강인혜 상임이사 등이 마가레트의 부음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귀국 후 요양원에서 지내온 마가레트는 최근 대퇴부 골절을 당해 수술을 받던 중 선종했다고 한다.
마가레트는 동료 간호사인 마리안느와 함께 ‘소록도의 천사’로 불렸다. 마리안느는 1962년, 마가레트는 1966년 소록도에 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 ‘소록도병원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 오랫동안 ‘수녀’로 알려졌으나 이들은 자원봉사 간호사였다. 두 사람은 마스크, 장갑, 방역복도 입지 않고 흰 가운만 걸친 차림으로 환자들의 짓무른 손·발가락을 소독했으며,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개의치 않았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후원을 받아 소록도에 의약품을 보급하고, 영아원과 결핵병동, 목욕탕 등도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섬 밖으로 퇴소하는 이들에겐 정착금도 지원했다. 그렇지만 자신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사망한 환자의 옷을 수선해 입기도 했고 지네가 출몰하는 낡은 사택에 살면서 한 번도 집 수리에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헌신 덕분에 ‘소록도의 천사’로 불렸고 환자들은 ‘마리안느 할매’ ‘마가레트 할매’로 불렀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왼쪽)와 마가레트 간호사의 귀국 후 모습. /연합뉴스
모든 것을 바쳐서 헌신하던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11월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통만 남기고 홀연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할 때”라며 새벽에 조용히 섬을 빠져나갔다.
그때만 해도 이들은 ‘수녀’로 알려졌기 때문에 귀국 후에도 수녀원에서 노후를 보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마리안느와 마가레트는 수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귀국 후에도 수녀원이 아닌 가족들의 도움으로 생활했다.
이들의 오스트리아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두 천사를 돕기 위한 활동과 노벨상 추천 운동이 펼쳐졌다. 2016년 4월엔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마리안느가 소록도를 찾아 2개월 가량 머물다 돌아가기도 했다. 2016년 만해대상 실천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명예국민이 됐다. 당시 소록도성당 김연준 신부가 이들을 기념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다큐 영화를 제작하면서 노벨평화상 추천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2016년 한국을 떠난 지 11년만에 소록도를 찾았던 마리안느는 본지와 통화에서 “소록도에 다리도 생기고 다들 부자됐다”며 좋아했다. 이들을 대리해 2016년 8월 만해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2005년 귀국한 후에도 무슨 일을 하다 돌아왔는지 고향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자신들이 한 일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연준 신부는 “2016년 당시 만해대상 상금도 남미 볼리비아의 단체를 위해 기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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