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의 우크라 파병 발언 뒤엔 러시아와의 우라늄 쟁탈전이 숨어 있다
프랑스 카테농 원전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월 26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해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 독일 등의 강력한 부인으로 파병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프랑스가 2000명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러시아 정보 관계자가 주장하는 등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파병 발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지만, 작년 7월 쿠데타가 발생한 아프리카의 니제르를 둘러싼 프랑스와 러시아의 긴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쿠데타 직후 수도 니아메에서는 수천 명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니제르는 아프리카 서부의 내륙국으로 1인당 GDP가 561달러에 불과한 극빈국이지만 프랑스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곳에 대량 매장된 우라늄 때문이다. 쿠데타 직후 니제르가 프랑스와 기타 EU 국가에 우라늄 수출을 중단했으며, 여기에 러시아가 관여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는 국가이다. 원자력발전은 당연히 우라늄이 다량 필요하다. 원자로 총 56기를 가동하기 위해서 프랑스는 연평균 약 8000톤의 천연우라늄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1948년부터 2001년까지 국내에서 총 21만톤의 우라늄을 채굴했지만 경제성 하락으로 채굴이 중단된 이후 현재는 전적으로 해외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동안 프랑스가 도입한 우라늄 8만8200톤은 주로 카자흐스탄(27%), 니제르(20%), 우즈베키스탄(19%)에서 생산했다. 눈에 띄는 것은 니제르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니제르는 아프리카에서 나미비아에 이어 둘째로 많은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40년 넘게 프랑스의 주요 우라늄 공급국 역할을 해왔다. 니제르의 우라늄은 1957년 처음 발견되었으며, 1971년 상업적 생산을 시작했다. 니제르의 우라늄 생산량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5%수준이지만 EU에서 니제르산 우라늄이 차지하는 비율은 24%로 매우 높다. 니제르는 EU에 우라늄을 수출하는 국가 중 1위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을 제쳤다. 빈곤국인 니제르에서 우라늄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 90%를 보유한 오라노(Orano·옛 Areva)는 니제르 광산을 세 곳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인 이모우라렌 광산은 아프리카 최대 우라늄 매장지이자 세계 2위 매장량(약 17만9000톤)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광산은 지난 2009년 우리나라의 한전과 한수원이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우리와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