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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나전국당초문사경함(螺鈿菊唐草文寫經函) : mother-of-pearl and carved wood : 17.5×12.3×12.5(h)cm : GoRyeo Period

by 주해 2024. 2. 19.

참고도판
〈나전국당초문함〉, 14-15세기, 일본 개인 소장
〈나전국당초문원형합〉, 14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나전국화넝쿨문상자〉, 고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문화·예술의 전성기를 이뤘던 고려시대의 수많은 공예품 중에서도 나전은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기법이다.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려의 나전기법은 예술성과 기술성에서 독보적으로 뛰어났으며, 자개의 영롱한 빛깔까지 조화를 이뤄 가히 공예품 중 으뜸이라 칭해진다. 또한 전하는 수량이 약 20여 점일 정도로 희소하기에 더욱 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고려 말에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나전함으로, 그 정교함과 나전의 오묘한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용도는 사경을 보관하는 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뚜껑은 위로 살짝 솟은 곡면을 이루었다. 바탕은 칠을 한 뒤 바닥을 제외한 전면에 빼곡하게 국화당초문을 채워 넣었다. 바탕의 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장식하는 것은 매우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시 고려의 뛰어났던 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줄기 부분은 금속선을 꼬아 넣었으며 이파리는 C자형으로 굴곡 있게 표현했는데, 이는 고려 나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화문이 커졌으며 겹꽃으로 표현된 점, 바탕의 여백이 거의 없는 점은 고려 후반으로 갈수록 나타나는 특징으로, 출품작은 고려의 전통을 잘 이어오면서도 새롭게 변화하는 과도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나전칠기들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탓에 나전이 유실되거나 상태가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고려시기 제작된 작품들은 더욱 그 원형이 남아 있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품작은 온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곳곳에 유실된 나전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자개의 영롱한 빛깔을 뽐내며 고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갖추고 있다. 근래 이와 유사한 고려나전함이 일본에서 환수되어 크게 화제가 된 만큼, 역시 ‘세밀가귀細密可貴, 세밀함이 가히 귀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을 이번 경매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20240227 : S : 추정가 KRW 300,000,000 ~ 500,000,000  ... 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