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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남관 작품관

남관 1961년 25호 밤

by 주해 2022. 11. 9.

2017-09-13 14:37:10

 

 

작품수록처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남관: 1984, p.37.JungHan Publishing, 한국현대미술전집: 1980, p.13.

 

 

작품설명

남관은 1954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도불 기념 작품전을 이후로 파리로 이주하게 된다. 당시 남관의 도불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가 해방 이후 처음으로 도불하는 화단의 화가였으며,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파리 예술계로 진입하기 위한 시도였다. 마흔이 넘은 그가 직면하게 된 낯선 환경은 여타 작가들과 사뭇 다른 남관 만의 독창적인 추상 세계를 완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도불 당시 파리화단은 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며 앵포르멜 운동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남관이 1958년 초청 받았던 ‘쌀롱 드 메Salon de mai’에서 그의 추상회화는 주목을 받게되고 이후 5차례 지속적인 초청을 받게 됐다.

 

또한 이번 출품 작품은 당시 파리 화단에서 남관의 작품이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됐는데 파리 시내 오페라에 위치해 있던 플뢰브 화랑Galerie du Fleuve에서 이 작품의 전시를 요청했었다.

 

당시 이 화랑은 독일출신의 추상회화가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종교적 추상회화를 선보이던 알프레드 마네시에Alfred Manessier, 중국의 추상화가 자우끼ZaoWou-Ki등과 전시계약을 맺고 있었다. 동양의 작가가 대형 화랑이나 화상의 후원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갤러리가 이방의 작가에게 전시 제안을 했다는 점을 비춰보면 남관의 파리 화단 내 위치를 짐작하게 한다.이 작품의 제목인 ‘밤 風景’은 남관 본인의 내재적 심리 상태에 대한 표현이자 남관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풍경인 것이다. 남관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해방 이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조국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 그가 경험한 전쟁의 기억은 작업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체험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고 전쟁의 상흔은 그의 예술혼이 추상으로 전이 되게 되는 바탕이 됐다. 또한 도불 초기 파리부터 50년대 말까지의 삶은 어둡고 쓸쓸했으며 몽파르나스의 값싸고 어두컴컴한 하숙집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아틀리에를 밝히는 전등 빛에 의지해 자신의 작품에 혼을 쏟았다.

 

이러한 경험은 이번 출품작에서 작가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긴 한 폭의 어두운 추상 회화로표출되었다. 거친 마티에르의 질감과 고뇌의 시간이 투영된 것과 같은 검푸른 밤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 여운을 느끼게 한다. 화면 가운데 떠있는 밝은 원형의 형상은 달을 그려낸 것으로 보이며, 파리에 홀로 외롭게 서있던 남관 자신을 비춰 주는 희망의 형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