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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백자대호 白磁大壺...42.3×47.5(h)cm....JoSeon Period

by 주해 2023. 10. 18.

 

작품 설명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것이다.
…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 혜곡최순우

풍만한 양감과 꾸밈없는 형태, 담백한 유백색의 피부를 자랑하는 백자대호다. 높이는 47cm에 이르며 넓은 구연부에서 좁게 다듬어진 굽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비례가 적당해 안정감을 보여준다. 이른바 ‘달항아리’라 불리는 백자대호로 기형과 태토, 유약으로 미루어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항아리’라는 명칭은 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일컫는데, 개중 40cm 이상의 크기는 주로 왕실행사에 사용되었기에 그 가치가 매우 높으나 현재 전하는 수량이 적어 그 수는 국보, 보물을 포함해 약 20여 점에 불과하다.

달항아리가 제작된 약 100여 년의 기간을 세 구간으로 나눌 때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국보 제310호를 전기, 리움미술관 소장의 국보 제309호를 중기, 용인대학교 소장 국보 제262호를 후기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출품작은 리움 소장본과 용인대 소장본의 시기적 특징을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시대 백자대호는 상부와 하부의 발 두 개를 이어 붙여 제작한다. 이러한 제작기법으로 출품작 또한 가운데에 접합 흔적이 남아있으며, 이는 몸체의 최대지름을 형성한다. 자기는 크기가 커질수록 번조 시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은데, 위 작품은 준수한 형태감을 자랑하며 원형의 감각을 유지한다. 물론 완벽한 구형이 달항아리를 상징하는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당시 일본, 중국과 달리 자연적인 변형을 수용한 것이 조선만의 독특한 미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정성, 그리고 우연의 결과가 희소성으로 이어지는 도자의 특성상, 형태의 온전함은 특별히 대접받을 수 있는 덕목이라 하겠다.

달항아리는 담백한 빛깔과 넉넉한 품새로 인해 근대에 이르러 많은 문예인의 예찬을 받아 왔다. 대표적으로 혜곡 최순우崔淳雨, 1916-1984와 스스로를 ‘항아리 귀신’으로 칭하던 수화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상찬이 주로 회자되었으며, 오늘날 조선을 상징하는 대표 예술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 그리고 무심한 아름다움. 앞서 언급한 최순우 선생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조선 예술의 정수를 담아낸 백자 달항아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도판
CHRISTIE’S Japanese and Korean Art(21 Mar 2023) Lot.177
<An Important White Porcelain Moon Jar>, Joseon Dynasty (18th century)
낙찰가 USD 4,560,000

SOTHEBY’S Everything is Transient(19 Sep 2023) Lot.1
<An Important White-Glazed Korean Moon Jar>, Joseon Dynasty (late 17th-early 18th century)
낙찰가 USD 3,569,000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310호, 높이 43.8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309호, 높이 44cm, 리움미술관 소장

 

20231024  :  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