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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석파 이하응(李昰應 : 1820~1898) : 괴석묵란도(怪石墨蘭圖)Orchids on Oddly Shaped Rock : ink on silk : 31.2☓100.1cm (eight-panel screen)1893

by 주해 2022. 12. 11.

2021-08-13 21:08:09

 

작품설명

癸巳春 書爲敬齋族叔學士蘭政法鑒指謬石坡老侄作계사년1893 봄 경재敬齋 족숙族叔 학사께석파 노질老侄, 나이 든 조카昔大院王 善畵蘭入妙境 然嘗不爲汗漫作 其遺墨 甚鮮矣 近稱王蘭帖者 每多贋本 有非平日薰炙得久者 難能辨別 見此屛聯畵意書法 乃爲王手墨 眞稀寶也 余以忝在甥館 故粗知之 玆識焉又樂 李允用옛날 대원왕大院王, 대원군께서 난초 그림을 잘 그려 오묘의 경지에 드셨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함부로 그리지않으시어 전하는 작품이 아주 드물다. 근래 대원왕의 난첩蘭帖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대부분 가품인데 평소 오랫동안 작품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그 진위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 병풍의 그림과 글씨를살펴보면 바로 대원왕의 손수 그린 작품으로, 실로 진귀한 보물이다. 내가 생질의 한 사람으로 조금은 알고있어서 여기에 이와 같이 적는다.우락又樂 이윤용李允用석파의 나이 74세에 그린 석란도 병풍이다. 끊임없이 재기를 꿈꾸었다는 그의 성정은 한 평생 고집한난蘭이라는 화재에 투영돼 변화·발전했고, 고희古稀를 넘긴 그의 연륜만큼이나 작품 속 혜란蕙蘭도 그필치가 무르익었다.

작품에는 1893년 봄, 석파가 경재敬齋라는 호를 쓰는 집안 어른께 이 작품을 드린내역이 적혀 있고, 또한 석파의 사위였던 이윤용李允用, 1854–1939이 작품의 진정성에 대해 언급한 제가 남아 있다.8폭으로 이루어진 병풍은 각 두 폭씩 짝을 이뤄 대對하게 배치, 암석의 종류나 형태, 난이 향하는 방향과 그 수가 비슷해 한 쌍의 대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마주보는 위치에 찍은 8개의 사구인詞句印은 마치 문학의 대구법對句法을 보는 듯하다. 6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구인은 점차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용횟수도 늘었다. 이 작품에는 그의 예술관과 철학을 유추해 볼 수 있는다양한 인장이 찍혀있어 가치를 더한다.30대에 이미 추사 김정희로부터 ‘압록강 동쪽에 그와 견줄 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는 평을 받은 석파이지만 스승에게 배운 필법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적 구도와 묘사 방식을 모색했다. 그 결과 시기별로 화풍이 발전했으며, 말년에 그린 이 작품에는 그의 완숙한 필치가 그대로 드러난다. 묵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잎의 처리로, 화면 속 자유로운 필치로 속도감 있게 풀어내 운필의 기량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또한 먹의 농담과 건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하나의 꽃대에 많은 꽃이 무리 지어 핀 혜란의 모습은 이윤용의 표현처럼 오묘한 경지에 달한 듯하다.

석파는 노년기에도 자신만의 필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60대 후반부터 석란도의 괴석표현에변화를 시도했다. 그림에 보이는 각진 형태의 바위나 결이 느껴지는 괴석의 표현이 그것으로, 동시대정괴석이라 불렸던 몽인 정학교丁學敎, 1832–1914의 그림과 유사성을 보인다. 석파가 이한철, 유숙, 정학교와 함께 〈우시난맹첩又是蘭盟帖〉을 그렸다고 전해지니 이 작품을 통해 몽인과의 영향관계도 추측해 볼 수있다. 이 시기 작품으로는 1891년작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흥선대원군이하응필묵란도〉 병풍이 대표적인데, 각지거나 기괴한 형태의 바위와 입석立石의 태호석 표현 등이 출품작과 유사하다.시대적 격랑 속에 살면서도 태풍의 눈은 고요하듯, 항상 난을 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하는 이하응의 면모와 다양한 필력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松月爲談柄片石爲聽徒소나무와 달은 이야기 거리로 삼고, 조각돌을 청중으로 삼는다.蓄良硯墨筆紙좋은 벼루와 먹과 붓과 종이를 비축하다.爲對讀書人谿亭自聞香독서인을 마주하니 계정에서 절로 향기가 난다.袌烏號不如藏此書오호중국 황제가 소장했다는 활를 품는 것보다 이 책을 소장하는 것이 낫다.]亦好嬾嬾게으름을 좋아한다.有酒學仙 無酒學佛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好華看到半開時좋은 꽃 반쯤 피었을 때 보러 가노라.修成淑德施及子孫맑은 덕을 닦고 이루어서 자손에게 미치게 하리라.참고문헌김정숙,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예술세계(일지사, 2004)참고도판흥선대원군이하응필묵란도, 1891, 서울역사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