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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전광영, 한국서 6년 만에 개인전 ..... 베네치아 감동시킨 '한지'… 60년 작품 세계 돌아보다

by 주해 2024. 12. 19.

베네치아 감동시킨 ‘한지’… 60년 작품 세계 돌아보다

 

베네치아 감동시킨 ‘한지’… 60년 작품 세계 돌아보다

베네치아 감동시킨 한지 60년 작품 세계 돌아보다 전광영, 한국서 6년 만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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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설치 작품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담은 영상이 마주보고 있다. 폭포의 낙수는 관람자를 집어삼킬 듯 시각적으로 강렬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나아트

전광영은 스스로 “마음의 보자기를 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지(韓紙)를 모으고, 묶고, 그 위에 스케치하고, 점을 찍는 방식으로 독특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 시절, 자신의 경쟁력을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1982년 귀국했다.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 민속촌 등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을 떠올렸다. 한지로 감싼 뒤 끈으로 묶은 약봉지가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모습이 되살아났다.

기억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의 낱장을 찢어 삼각형 스티로폼을 싼 후 끈으로 묶어 한약방 약첩 형태로 만든다. 적게는 수천개, 많게는 수만개 조각을 정교하게 박아놓고 때로 돌출시켜 거대한 조형물을 만든다. 2018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벨기에 브뤼셀,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6년 만에 국내서 개인전을 여는 '한지 작가' 전광영. /가나아트

전광영, 'Aggregation24-FE011'(2024). 145×112cm. /가나아트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광영 개인전 ‘Aggregations: Resonance, In-between’은 작가가 한국에서 6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초기작부터 2년 전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에서 10만 관객을 모은 대규모 설치 작품, 신작까지 60년 작품 세계를 집약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리틀 베네치아 같은 전시”라고 했다.

한지 조각을 높이 3m의 원기둥 6개로 쌓아올린 설치 작품(오른쪽)과 붉은색으로 염색한 한지 조각품. /가나아트
전광영, 'Aggregation15-JL038'(2015). 병든 심장 모양의 이 작품에선 실제 병원에서 녹음한 환자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가나아트

특히 기괴한 생명체가 솟아오른 듯한 설치 작품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담은 영상이 마주 보는 방은,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 강렬함을 증폭시킨다. 작가는 “태초의 생명을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과 영상 작업을 마주 보게 놓아 수만 년의 시간을 품은 자연과 인간이 대면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했다. 한지로 제작한 심장에선 맥박 소리가 울린다. 실제 병원에서 녹음한 환자의 심장 소리다. 내년 2월 2일까지. 관람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