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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근현대 미술

권진규(權鎭圭 : 1922~1973) : 혜정: terracotta 21.7☓31.0☓45.0(h)cm : 1968

by 주해 2022. 12. 23.

2022-06-10 21:18:43

 

PROVENANCE

Seoul Auction, 26 Jun 2013, Lot 140K Auction, 25 Nov 2020, Lot 117

 

LITERATURE

『권진규미술관 개관기념전』(권진규미술관, 2015), p.47.

 

EXHIBITED

권진규미술관(춘천), 《권진규미술관 개관기념전 권진규와 여인》: 2015.12.5-2016.5.31.

 

작품설명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권진규는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세계적 조각가 부르델의 제자인 시미즈 다카시에게 조소를 배웠다. 1959년 귀국한 그는 불상에서 끝난 한국 조각의 역사를 부활시키고자 신라의 토우와 같은 예를 모범으로 삼아 현대 조각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의 작업은 인물 조각, 동물 조각, 부조, 소묘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내에 흙을 구워내는 테라코타와 석고를 감은 삼베에 옻칠한 건칠이라는 독창적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테라코타는 석고 틀에 진흙을 발라 떠낸 후 500~700도의 불에 초벌구이로 완성하는 기법으로 차가운 금속과는 다른 거친 질감과 불에 구워낸 흔적이 특징인데 자연 재료에서 오는 생명의 온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1965년 한국신문회관에서의 첫 개인전은 한국 최초의 테라코타전으로 권진규에게 ‘테라코타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계기가 됐고, 이후 출강하게 된 대학교의 학생들을 모델로 삼아 1967년부터 흉상을 제작했다. 권진규는 모델의 내적 세계가 투영되려면 인간적으로 모르는 모델을 쓸 수가 없으며, 작가와 모델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작품이 성립된다는 ‘작가+모델=작업’이라는 등식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인물의 외형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격과 정신성까지 조형화하여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권진규의 작업은 다양한 실험 과정에서 일관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어진 현실을 초월하여 작품으로 궁극적인 이상향에 이르고자 하는 내면세계의 반영이다. 결국 그는 개별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 전달이 아닌 조각의 형상 속에서 인물내면의 성향이 느껴지도록 표현하고자 했다.출품작인 <혜정>은 권진규가 1968년 4월에 제작한 테라코타 흉상 작품으로 혜정을 모델로 한 테라코타 작품은 카탈로그 등을 참고하여 볼 때 두 점 이상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작품의 인물은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을 배우는 나혜정으로, 알게 된 지 한 달여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물은 개성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무표정한 상태로 굳어있기 때문에 정면성과 부동성이 강조되었고 목을 길게 변형시킨 형태는 모델과의 유사성보다는 숭고한 정신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권진규의 작품은 흙을 큰 덩어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작게 떼어 붙여나가며 인물상 전체의 양감과 형태를 조절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흙을 작은 단위로 붙여가며 만들기 때문에 인물의 형상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의 연출과 전체적인 윤곽의 조절까지 매우 세밀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이 가능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초상조각에서 머리카락을 삭제하고 어깨 부분을 깎아내리거나 생략함으로써 보는 이의 시선이 신체적인 세부로 흩어지지 않고 얼굴에 집중되도록 했다. 표정에서도 정적인 면이 강조되는데, 좌우로 긴 눈매와 길쭉한 코, 입꼬리가 다소 올라가 아르카익 미소를 연상시켜 초연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출품작이 제작된 1968년은 동경 니혼바시 화랑에서의 개인전이 열렸던 시기인데 <영희>, <지원>, <봉숙> 등 같은 해에 만들어진 여인 흉상들은 한결같이 사실성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며 영원한 인간의 전형으로 표현됐다. 이는 작품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본질만을 남겨 초월적인 경지에 이르고자 한 권진규의 의식 세계로 이해할 수 있다.

 

20220628   :   S   :    24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