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화가 하랄트 솔버그(Harald Sohlberg·1869~1935)는 1899년 4월, 론다네 고산지대에서 스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다 기차에서 내다본 풍경을 스케치해뒀다. 파도가 일렁이듯 겹겹이 이어진 산마루는 높지만, 그 모양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 부드럽다.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한밤인데도 어둡지 않고 푸르게 빛난다. 하늘 한가운데 또렷이 박혀 있는 샛노란 금성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강인하게 솟아오른 침엽수를 빼고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흔적이 거의 없이 고요한 겨울 풍경이지만 매섭다기보다는 온화하고 신성한 대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가는 오른쪽 제일 높은 산봉우리에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솔버그는 이후 여러 차례 같은 장소로 되돌아왔고 수십 년 동안 많은 풍경화를 남겼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이 작품은 1995년에 노르웨이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르웨이 국민 그림’으로 뽑히기도 했다. 사실 노르웨이 화가의 작품으로 더 널리 알려진 건 솔버그와 동년배였던 뭉크의 ‘절규’다. 그러나 노르웨이인들은 절망에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왜곡된 초상보다는 푸른 설산과 깊은 하늘, 고요한 풍광이 바로 노르웨이라는 국가의 정서적 기반이라고 느꼈던 모양이다.
1960년대에 노르웨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론다네는 여전히 울창한 수목과 산세가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하이킹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곳이다. 참고로 론다네의 여름 최고기온은 15도 안팎인데, 최근 40년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평균기온이 줄곧 상승해왔다. 언젠가 그림 속 겨울이 전설의 한 장면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