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명품 백자' 전시로 자존심 세웠다 (msn.com)
백자 반철채 호. 16세기. 개인소장. 백자 본연의 순백색과 진은 회갈색 대비가 놀랍다.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철화 초화문호. 17세기 후반. 무다 토모히로 촬영.'사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18세기. 국보.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 간송미술관]
백자철화 운룡문 호. 17세기.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철채 통형 병. 19세기. 현대 추상 회화를 연상케 한다. 개인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어둠을 헤치고 블랙박스 공간으로 들어서자 42점의 백자가 한눈에 펼쳐진다. 하나하나 위엄이 넘치고 우아한 풍모다. 이중 국보가 10점, 보물이 21점으로 국내에 국가지정문화재 백자 59점 중 절반 이상이 여기 모였다. 서울 리움미술관이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1부에서 연출한 이 풍경은 앞으로 두고두고 미술계에 남을 한 장면이 될 듯하다. 백자의 품격, 아름다움과 매력을 한 공간에 압축해 '명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리움, '백자'로 자존심 세웠다
조선백자 명품 42점을 한자리에 모은 리움미술관 1부 전시장.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 2~4부 전시장. [사진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이 조선백자 185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28일 개막한다. 이 미술관이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도자기를 주제로 여는 첫 특별전으로, 일본 각 기관이 소장한 백자 34점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백자, 동화백자, 순백자 등 조선 500년 백자의 모든 종류를 아우른다. 왕실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고급 도자기부터 지방 서민들이 생활 용기로 썼던 질박한 그릇까지 '대표작'은 다 나왔다.
전시에 참여한 기관이 총 14곳이다. 국내 국립중앙박물관,호림박물관 등 8곳,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등 6곳이 '리움'이라는 간판을 믿고 '최고급' 작품을 내준 것이다. 리움이 이 전시를 가리켜 "다시 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전시"라고 한 게 과장이 아니다.
4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1부 전시장은 '명품 중 명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이준광 리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축구로 말하자면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해당한다."
15세기 청화백자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백자청화 매죽문 호'(국보)도 여기서 볼 수 있다. 균형감이 빼어난 몸체에 매화와 대나무 무늬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봉긋한 연꽃 봉오리 모양의 꼭지가 달린 '백자청화 매조죽문 호'(국보)는 품격을 추구한 15세기 왕실과 사대부 취향을 잘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선, 단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15세기 '백자 반합'도 탄성을 자아낸다. 이 연구원은 "이 반합은 본래 금속기로 만들던 것을 백자로 번안한 것"이라며 "담백하면서도 엄정한 형태로 왕실의 격조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300여 점으로 산산조각이 났던 것을 여러 해에 걸쳐 말끔하게 복원한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달항아리도 1부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2~4부에선 제작 기법과 지역에 따라 흰 바탕에 푸른색 안료를 쓴 청화백자, 철 안료의 철화백자 , 동 안료의 동화백자와 순백자(철화백자)로 나누어 소개한다. 조선시대에 어마어마하게 비쌌던 푸른색 안료로 장식한 청화백자는 왕실의 위엄과 품격을 나타냈다. 용이 그려진 항아리 중 가장 큰 크기(높이 61.9cm)인 '백자청화 운룡문 호'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리움 측은 "다섯 발가락을 가진 용이 그려진 작품으로 위풍당당한 형태와 역동감 넘치는 용 그림이 돋보이는 명품"이라고 전했다.
조선 중기에는 일본·중국과의 전란으로 고급 재료인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철화백자와 동화백자가 많이 제작됐다. 안료만 바뀌었을 뿐 힘찬 용과 박력 있는 구름을 표현한 철화백자도 있지만, 지방에서 만든 철화·동화백자에는 아이들 그림처럼 정겨우면서도 소박한 문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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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이도 화려한 순백자
15세기 백자 반합.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 [사진 리움미술관]
백자양각 연판문병. 18세기 후반.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이병창 박사 기증.[사진 무다 토모히로]
지방에서 생활용기로 썼던 백자들. [사진 이은주문화선임기자]
채색 안료 없이 만들어진 순백자는 우윳빛 같은 유백색, 흰 눈 같은 설백색, 회색빛이 도는 회백색, 푸른 빛이 감도는 청백색까지 다채로운 '백색'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지방에서 만들어져 생활 용기로 사용됐던 백자들은 진열장에 넣지 않고 강가의 조약돌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흩어 놓았다.
이번 전시는 도자기 진열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백자를 붙박이장에 넣는 대신에 관람객이 360도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백자의 다채로운 형태와 상세한 문양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람객의 안목과 관찰력에 달렸다.
한편 2020년 고 이건희(1942~2020)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작품 중 6점도 이번 전시에 나왔다. '이건희 컬렉션'의 본산인 리움미술관 소장품은 국보 1점 등 42점에 달한다. 1세대 컬렉터인 삼성 창립자 고 이병철(1910~1987)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뚝심으로 이어진 도자기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준광 연구원은 "500여 년에 걸쳐 각 지역에서 제작된 백자에는 전통과 변화, 기품과 해학 등 시대의 초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백자에서 조선 사회가 고수하던 가치는 물론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여겼던 군자(君子)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며 "조선백자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홈페이지 예약 필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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